이 종 윤 <한국외대 교수ㆍ국제통상학>

SOCㆍ관광투자로 내수 뿌리 다지고

개도국과 자원 매개한 구상무역 확대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대란이 드디어 실물경제로 전이되기 시작해 세계경제를 빠른 속도로 불황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여파로 한국경제도 주가와 원화가치가 폭락하고 이제 경기마저 급락하고 있다. 정책당국도 침몰하는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이자율 인하,유동성 증대 및 재정지출 확대 등 가능한 정책수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활성화를 위해 이런 정책들을 추진ㆍ집행할 때 정책 당국이 명확히 인식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경기는 활성화시키되 원화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과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수출증대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의 확대 및 감세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소득은 증대되지만 수입도 증가한다. 세계 동시불황으로 수출증대도 기대하기 어려워 대체로 내년 경상수지도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일련의 정책체계가 애초부터 소득증대와 더불어 경상수지 흑자가 될 수 있도록 짜여져야 한다. 다행히 원화가치가 크게 평가절하돼 우리나라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제고돼 있으므로,이 점을 최대한 살려 경기활성화와 경상수지 흑자를 동시에 추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해 보자.

첫째,도로 항만 등 경기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을 정비할 때 그 투자가 수출업체의 물류비를 확실히 인하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둘째,적절한 정책환경만 조성된다면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적지 않은 소재부품류를 국산 대체화할 수 있다. 원화가치의 하락은 이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데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수준의 에너지절약 기술이 개발되면 원유의 수입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지금의 이 호기를 살려 정책당국이 산ㆍ학ㆍ연의 기술인력을 조직화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기술개발을 추진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셋째,해외여행이 서비스 부문의 적자를 확대시키는 부문으로 지적돼 왔는데,최근 원화가치 하락으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천천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교통,숙박시설,그리고 서비스의 질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국내여행의 대외경쟁력을 크게 강화시키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넷째,지금은 세계적인 불황일 뿐만 아니라 국제유동성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수출증대가 어렵다. 이것을 극복해 수출을 증가시키는 접근방법의 하나로 구상무역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자원보유 발전도상국들의 경우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활동의 필요성은 많지만 국제유동성 부족으로 대외거래가 크게 위축돼 있다. 이 때 우리의 비교우위 부분인 플랜트를 수출하고 그들의 자원을 개발,수입하는 방식의 구상무역을 전개하면 수출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구상무역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통화와 그들의 통화를 공유하는,곧 양국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등의 환경정비가 요구된다.

요컨대 경기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재정자금을 지출할 때 무차별적ㆍ중립적 접근이 아니라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그리고 원화가치의 저평가를 활용해 수입 대체화를 추진하는 식으로 집행함으로써 경기활성화와 경상흑자를 동시에 달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