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오바마 코드' 맞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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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령탑에 마이크 듀크 부회장…차기 정부와 관계개선 겨냥
세계 최대 소매 유통체인인 미 월마트가 돌연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선언했다. 월마트는 경기 침체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령탑 교체 결정은 다소 의외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 결정엔 버락 오마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고도의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월마트는 21일 내년 2월1일자로 리 스콧 CEO가 물러나고 마이크 듀크 국제부문담당 부회장(사진)이 회사를 이끌도록 결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듀크 CEO 내정자는 미 연합백화점(FDS)과 메이시백화점 등에서 23년간 근무한 뒤 1995년 월마트로 자리를 옮겨 미국 월마트와 국제 부문 등을 총괄해왔다.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의 장남인 롭 월튼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왜 지금같은 시기에 이런 일을 벌이는지 궁금해할 것"이라며 "지금이 오히려 (CEO 교체의)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들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더욱 월마트에 의지하고 있다"며 "월마트 전략은 굳건하며 듀크는 이 전략을 실행하는 데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령탑 교체엔 정치적 고려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월마트는 민주당과 편안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동안 기업주들이 의료보험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도록 하는 등의 노동 친화적인 법안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의료보험 확대를 지지하며 친노동 정책을 표방하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회사 측 비용 부담이 늘어나 해고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오바마 후보를 찍지 말 것을 종용했다.
2000년 선거 당시 스콧은 정치 기부금 중 85%가량을 공화당에 냈고 민주당 기부금은 14%에 불과했다. 올 대선에서 양당에 낸 기부금 비중이 공화당 53%,민주당 47% 수준으로 많이 좁혀지긴 했으나 불균형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듀크 CEO 내정자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 코드에 맞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물론 정치 색깔에 변화를 줄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평가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월마트 주가는 21일 CEO 깜짝 교체 발표로 2.26달러(4.5%) 오른 주당 52.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세계 최대 소매 유통체인인 미 월마트가 돌연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선언했다. 월마트는 경기 침체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령탑 교체 결정은 다소 의외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 결정엔 버락 오마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고도의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월마트는 21일 내년 2월1일자로 리 스콧 CEO가 물러나고 마이크 듀크 국제부문담당 부회장(사진)이 회사를 이끌도록 결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듀크 CEO 내정자는 미 연합백화점(FDS)과 메이시백화점 등에서 23년간 근무한 뒤 1995년 월마트로 자리를 옮겨 미국 월마트와 국제 부문 등을 총괄해왔다.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의 장남인 롭 월튼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왜 지금같은 시기에 이런 일을 벌이는지 궁금해할 것"이라며 "지금이 오히려 (CEO 교체의)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들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더욱 월마트에 의지하고 있다"며 "월마트 전략은 굳건하며 듀크는 이 전략을 실행하는 데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령탑 교체엔 정치적 고려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월마트는 민주당과 편안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동안 기업주들이 의료보험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도록 하는 등의 노동 친화적인 법안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의료보험 확대를 지지하며 친노동 정책을 표방하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회사 측 비용 부담이 늘어나 해고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오바마 후보를 찍지 말 것을 종용했다.
2000년 선거 당시 스콧은 정치 기부금 중 85%가량을 공화당에 냈고 민주당 기부금은 14%에 불과했다. 올 대선에서 양당에 낸 기부금 비중이 공화당 53%,민주당 47% 수준으로 많이 좁혀지긴 했으나 불균형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듀크 CEO 내정자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 코드에 맞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물론 정치 색깔에 변화를 줄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평가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월마트 주가는 21일 CEO 깜짝 교체 발표로 2.26달러(4.5%) 오른 주당 52.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