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여파로 연말 경기 실종‥송년 '파티' 생략…호텔예약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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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에 여행 상담창구 '썰렁'
수능 끝나도 성형특수 기대 못해
중소건설업체인 A건설사 마케팅팀 직원 김모씨는 최근 상사로부터 "연말 송년회를 점심에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 부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1차 고깃집,2차 생맥주집,3차 단란주점으로 이어지는 송년회의 '정석' 코스를 밟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영 다르다. 김씨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점심에 김치찌개 먹으며 술 한잔씩 돌리는 걸로 송년회를 끝낸다고 하니 불황이 피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불황의 여파로 '연말 특수'가 실종된 모습이다. 기업들은 경비 절감 차원에서 송년회를 대폭 간소화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 등의 송년 모임 예약건수 역시 큰 폭으로 감소,관련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또 여행업계,수능 특수를 기대했던 성형외과 등도 환율 급등과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술자리 없는 송년회
올 연말 기업들의 송년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불황의 여파로 회사마다 회식 비용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A건설사처럼 저녁 술자리를 생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구글코리아는 25일 점심 시간에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 야후코리아와 LS니꼬동제련은 아예 송년회를 하지 않는 대신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침마다 1000~1500원에 샌드위치ㆍ김밥을 팔아 모인 돈을 기부금으로 자선단체에 보내기로 했다. 한국후지필름과 CJ인터넷도 송년회를 김장 담그기와 저소득층 노인 칠팔순 잔치로 대신하기로 했다.
송년회를 '조찬모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D증권사 조모씨는 "올해부터 대학의 경영자과정을 듣고 있는데 하반기 들어 모임 횟수가 급격히 줄더니 송년 모임을 아예 조찬 강연회로 대신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30여명이 저녁에 송년 모임을 하면 100만원 넘게 돈이 드는데 비용을 조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조씨는 "조찬에서 간단히 송년에 대한 소회를 한마디씩 하는 것으로 끝내자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착잡했다"고 밝혔다.
◆호텔 연말 예약 40% 감소
"작년 이맘때면 이미 12월 달력에 송년 모임이 10건 정도는 잡혀 있었는데 올해는 고작 3개에 불과합니다. 연말 모임 갖자는 연락이 뜸하네요. "(직장인 K씨)
연말 송년 모임이 크게 줄면서 호텔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대형 호텔인 A호텔의 송년 모임 예약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줄었다. 이 호텔의 예약담당자 B씨는 "예년 같으면 11월 초부터 송년회 예약전화가 밀려 들었지만 올해는 문의도 한산한 편"이라며 "호텔들이 겉으로는 쉬쉬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걱정이 태산"이라고 호텔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연말 경기가 사라진 곳은 호텔뿐만이 아니다. 위스키 업계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송년 시즌에 판매난을 보이자 비상이 걸렸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이달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이런 기류는 다음 달에도 호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나투어,자유여행사 등 대형 여행사들은 미국 비자 면제로 반짝 특수를 기대했지만,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12월 여행상품 예약률이 전년 대비 약 25∼30% 줄었다. 달력업체 D사의 주문 건수도 전년 대비 38%나 급감했다. 수능시험 후 '특수'를 누렸던 강남의 성형외과들도 예약률이 30%가량 감소했다.
이상은/김진수/박신영/오상헌 기자 selee@hankyung.com
수능 끝나도 성형특수 기대 못해
중소건설업체인 A건설사 마케팅팀 직원 김모씨는 최근 상사로부터 "연말 송년회를 점심에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 부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1차 고깃집,2차 생맥주집,3차 단란주점으로 이어지는 송년회의 '정석' 코스를 밟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영 다르다. 김씨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점심에 김치찌개 먹으며 술 한잔씩 돌리는 걸로 송년회를 끝낸다고 하니 불황이 피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불황의 여파로 '연말 특수'가 실종된 모습이다. 기업들은 경비 절감 차원에서 송년회를 대폭 간소화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 등의 송년 모임 예약건수 역시 큰 폭으로 감소,관련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또 여행업계,수능 특수를 기대했던 성형외과 등도 환율 급등과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술자리 없는 송년회
올 연말 기업들의 송년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불황의 여파로 회사마다 회식 비용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A건설사처럼 저녁 술자리를 생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구글코리아는 25일 점심 시간에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 야후코리아와 LS니꼬동제련은 아예 송년회를 하지 않는 대신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침마다 1000~1500원에 샌드위치ㆍ김밥을 팔아 모인 돈을 기부금으로 자선단체에 보내기로 했다. 한국후지필름과 CJ인터넷도 송년회를 김장 담그기와 저소득층 노인 칠팔순 잔치로 대신하기로 했다.
송년회를 '조찬모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D증권사 조모씨는 "올해부터 대학의 경영자과정을 듣고 있는데 하반기 들어 모임 횟수가 급격히 줄더니 송년 모임을 아예 조찬 강연회로 대신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30여명이 저녁에 송년 모임을 하면 100만원 넘게 돈이 드는데 비용을 조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조씨는 "조찬에서 간단히 송년에 대한 소회를 한마디씩 하는 것으로 끝내자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착잡했다"고 밝혔다.
◆호텔 연말 예약 40% 감소
"작년 이맘때면 이미 12월 달력에 송년 모임이 10건 정도는 잡혀 있었는데 올해는 고작 3개에 불과합니다. 연말 모임 갖자는 연락이 뜸하네요. "(직장인 K씨)
연말 송년 모임이 크게 줄면서 호텔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대형 호텔인 A호텔의 송년 모임 예약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줄었다. 이 호텔의 예약담당자 B씨는 "예년 같으면 11월 초부터 송년회 예약전화가 밀려 들었지만 올해는 문의도 한산한 편"이라며 "호텔들이 겉으로는 쉬쉬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걱정이 태산"이라고 호텔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연말 경기가 사라진 곳은 호텔뿐만이 아니다. 위스키 업계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송년 시즌에 판매난을 보이자 비상이 걸렸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이달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이런 기류는 다음 달에도 호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나투어,자유여행사 등 대형 여행사들은 미국 비자 면제로 반짝 특수를 기대했지만,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12월 여행상품 예약률이 전년 대비 약 25∼30% 줄었다. 달력업체 D사의 주문 건수도 전년 대비 38%나 급감했다. 수능시험 후 '특수'를 누렸던 강남의 성형외과들도 예약률이 30%가량 감소했다.
이상은/김진수/박신영/오상헌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