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온 헤지펀드들이 올 들어 외국인 전체 매도액의 30%에 달하는 13조원가량의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규모 매도 지속으로 인해 보유주식이 대폭 줄어든 데다 지난달부터는 처분액도 급감하고 있어 연말 헤지펀드를 통한 매물공세에 대한 우려는 크게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당국이 외국 헤지펀드의 국내투자 현황을 조사한 데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로 등록해 한국 주식을 직접 매매하고 있는 헤지펀드는 729개이며,이들이 보유 중인 상장주식(코스닥 포함)은 지난 16일 현재 모두 12조11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헤지펀드의 국내주식 보유액(31조9200억원)에 비해 19조8000억원(62.2%) 줄어든 것으로 외국인 총 보유액(166조5500억원)의 7.2%,한국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2.0%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는 국내 주식투자를 위해 투자등록한 외국인 2만5453명을 대상으로 헤지펀드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 이뤄진 첫 분석이다.
헤지펀드發 매물폭탄 고비 넘겼다 … 금융당국 첫 실태조사

조사 결과 국내에 투자한 헤지펀드의 국적은 조세회피지역이 41.9%로 가장 많고,영국(28.3%) 미국(13.2%) 룩셈부르크(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지역이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세금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주는 곳으로,헤지펀드들은 주로 케이맨아일랜드 바하마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라부안 브리티시버진아일랜드 등지를 이용한다.

또 이들 헤지펀드가 올 들어 처분한 주식은 13조39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외국인 총 매도액(44조2700억원)의 30.2%에 달하는 물량이다. 글로벌 증시조정으로 환매압박을 받거나 청산위기에 몰린 헤지펀드들이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해 주가급락을 유발하고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은 10월 이후 매물공세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 순매도액은 1분기 4조8000억원,2분기 3조4000억원,3분기 4조4000억원으로 올 들어 9월까지는 월평균 1조4000억원 수준에 달했지만 10월 순매도 금액은 461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달 들어서도 헤지펀드 순매도는 7285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외국인 매도 중 헤지펀드 매물 비중은 2분기 54%로 치솟았다가 4분기엔 13%로 크게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부터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점을 헤지펀드 매물 급감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프라임브로커형 헤지펀드'들이 순매수로 전환하는 등 헤지펀드들의 매도공세가 크게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프라임브로커란 보통의 독립적인 헤지펀드와 달리 대형 투자은행(IB)에서 매매중개 신용공여 결제 등의 서비스를 받는 헤지펀드로,국내에 들어온 외국 헤지펀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의 연말 매물폭탄 우려는 크게 완화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한 당국자는 "헤지펀드의 국내주식 보유액이 12조원대로 크게 떨어진 데다 올해 안으로 환매하기 위해선 통상 11월15일까지 신청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헤지펀드발 매물공세가 거셀 것이란 우려는 과장됐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돼 뮤추얼펀드 등 일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최근의 추세를 감안할 때 헤지펀드의 추가매물은 연말까지 1조5000억원 안팎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