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소황제(小皇帝)들 때문에 꽤나 골치 아픈 모양이다. 소황제란 1979년부터 실시한 '한 집 한 자녀' 정책 이후 태어난 외동 딸아들.아이 하나가 다치면 6명(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이 달려온다고 할 만큼 맹목적인 사랑과 과보호 아래 아쉬운 것 없이 자란다는 데서 붙은 명칭이다.

문제는 저만 최고인 줄 알고 성장,이기적인데다 관용과 양보를 몰라 사회성이 떨어지고 대인관계가 힘들다는 점.결혼해서도 서로 잘난 체하다 배우자나 그 가족과 불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나 몰라라 하는 바람에 부모들이 심한 소외감에 떤다고 한다.

급기야 베이징 대학(北京大)에서 정원의 5%까지 뽑는 특별전형 요강으로 '효성과 인격의 중시'를 내세웠다는 소식이다. '열애북대(熱愛北大ㆍ베이징대 사랑),심계천하(心繫天下ㆍ세상 걱정),인격건전(人格健全),성적우수(成績優秀)'가 그것.'심계천하'는 국가ㆍ사회에 대한 봉사를 뜻하지만 실은 효심을 바탕으로 한다는 얘기다.

부모 공경도 못하면서 이웃과 사회를 돌아볼 리 없다는 해석이다. 자식 탓에 외롭기는 한국 부모도 같다. 오죽하면 '사춘기엔 남남,군대 가면 손님,장가 가면 사돈'이라거나 '낳았을 땐 1촌,대학 가면 4촌,제대하면 8촌,결혼하면 사돈의 8촌,애 낳으면 동포,이민 가면 해외동포'라고 할까.

'공부만 잘하면''너만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 키운 후유증이다. 그러나 서울대생 30∼40%가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7%는 자살이나 자해 충동에 시달리고,매년 300∼400명이 제적된다는 마당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최고로 여기던 이들이 달라진 현실에 심한 압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엘리트란 남보다 무거운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인물이다. 진정한 엘리트는 주위를 보살피고,지거나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베이징대의'심계천하'지침도 이런 취지일 게 틀림없다.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도 어떻게 하면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닌 공부도 잘하는 학생을 선발할지 궁리해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