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이런 제도가 생겼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군에 다녀와서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죠"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3년째 뛰고 있는 이동환(21)은 12월 군에 입대한다.

미야자키에서 열린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서 공동 25위라는 다소 실망스런 성적을 거둔 이동환은 카시오월드오픈, JP컵 등 2개 대회만 치르면 당분간 골프채를 손에서 놓아야 한다.

이동환은 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 최연소 제패, 일본프로골프투어 최연소 신인왕, 그리고 일본프로골프 2부부터 최연소 우승과 일본프로골프투어 사상 두번째 어린 챔피언 등 숱한 기록을 쏟아낸 유망주.
올해도 우승은 없지만 여섯차례 '톱 10'에 들어 상금랭킹 14위를 달리고 있는 이동환은 일본프로골프투어가 아끼는 신예다.

이런 이동환이 군입대라는 '중대결심'을 쉽게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일본프로골프투어 선수들의 '동업자 정신' 덕이다.

작년 미즈노클래식 우승으로 2009년까지 일본프로골프투어 시드권을 받은 이동환은 "올 시즌을 마치고 입대할 계획인데 돌아올 때까지 시드권을 유예해 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고 선수회에 탄원했다.

선수회는 이동환의 탄원을 받자 '일본 선수와 달리 병역의무를 지닌 한국 선수니까 배려해야 한다'면서 투어 사무국에 시드권 유예를 요청했고 사무국 역시 신속하게 이사회를 소집해 특별 규정을 만들었다.

2011년 봄 전역하게 될 이동환은 아무런 제약없이 곧바로 일본프로골프투어 2011년 시즌을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동환은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선수들이지만 몸이 아프거나 다친 선수들에게 시드 걱정없이 치료하라고 배려해주는 병가제도도 부러웠지만 저처럼 병역의무가 있는 외국 선수까지 신경써주는데 감동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위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병역을 해결하겠는 결심을 했다"는 이동환은 "이런 특별규정을 만들어줘 한결 편한 마음으로 군에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7년째 뛰고 있는 허석호(35.크리스탈밸리)는 "일본프로골프투어는 PGA투어에서 출전권을 상실하고 일본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에게도 이듬해 시드권을 부여한다"고 부러움을 표시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 야마나카 히로시 전무이사는 "젊고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우리의 보물"이라면서 "최대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프로골프협회는 시드권을 지닌 선수가 입대하면 제대한 뒤 퀄리파잉스쿨 예선 면제 혜택만 주고 있다.

(미야자키<일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