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마당발 조영남씨(62)는 가수와 화가 활동을 병행하는 '화수(畵手)'로 통한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조씨는 한번도 체계적으로 미술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미술에 대한 조예가 남다르다.

'조영남 미술쇼'가 오는 28일부터 내년 2월8일까지 대전 화암동 아주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재미아트-삼팔광땡'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음악과 미술을 접목한 '아트뮤직'시리즈를 비롯해 콜라주,조각품 등 150여점이 걸린다.

화투에서 '삼팔광땡'이 승자를 의미하는 만큼 한국 팝아트의 위상을 국제시장에서 높이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가수활동 틈틈이 구축한 30여년간의 화업을 통해 '예술을 위한 예술'의 통념을 깨뜨리고 대중미술 개념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돈이 없어 그림을 배우지 못했어요. 하지만 1976년 미국 유학시절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누지 못해 붓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현대미술이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어떻게 하면 쉽고 눈길도 끌까 고민하다 늘 주변에 있던 대상을 노렸죠."

그래서 그가 선택한 그림 소재는 화투,바둑,바구니,코르크,태극기 등이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대상을 화면에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특히 한지를 돌돌 말아 만든 바둑돌,대바구니,요강,싸리나무 등은 한국인의 정서를 잘 대변해주면서 민화적인 요소도 담고 있다.

"한국인이 늘 즐기는 화투 놀이에서 한국만의 팝아트를 찾아낸 셈이죠.조선시대 김홍도의 풍속화나 고구려 벽화에 윷놀이,고싸움,투호,사물놀이 등이 등장하듯 평범한 놀이에 숨겨진 미학적 가치를 되살려내고 싶거든요. "

실제로 알록달록한 화투 그림은 일장춘몽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의 그림은 미국에서도 제작기법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누구나 공감하는 '재미아트'라고 말한다. 그동안 팔린 그림도 1000점이 넘는다.

1976년 인사동에서 첫 전시회를 연 그는 국내외에서 30여차례 전시회를 가졌으며 2006년 7월에는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는 미술안내서를 내기도 했다. (042)863-005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