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바스프 등 자율 수급조정…일부 제품값 반등

경기불황 직격탄을 맞은 국내외 석유화학업계에 '글로벌 감산동맹'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대만 중국 등의 메이저 화학기업들이 자율적 수급조정 차원에서 셧다운(가동중단),감산 등 비상조치에 돌입했다.

이 같은 감산 동조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일부 화학제품은 수급여건이 개선돼 이달 셋째주부터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석유화학제품 최대 소비국인 중국발(發) 주문량도 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제품의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문을 미뤘지만,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주문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확산되는 글로벌 '감산 쓰나미'

국내 화학업체와 마찬가지로 해외 화학업체들도 잇따라 대규모 감산조치에 들어갔다. 세계적 화학그룹인 독일 바스프(BASF)는 최근 수요 감소에 따른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80개 공장을 당분간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100여개의 생산공장 또한 감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감산을 공식화하지 않은 유럽 미국 등 글로벌 화학업체들도 셧다운 내지 감산 등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업체 관계자는 "불황에 대비한 인위적 감산조치는 담합 등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어 쉬쉬하고 있지만 산업 전반의 불경기로 이미 대부분 기업들이 감산에 들어갔거나 계획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만의 NCC(나프타 분해시설) 메이저 기업인 포모사도 정기 보수 목적으로 중단한 제3공장의 재가동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이데미쓰,마루젠,미쓰비시화학 등 NCC업체들도 시황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공장 가동률을 80~90%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스티렌모노머(SM) 생산업체인 차이나솽랑은 공장을 멈춰세웠고,대만 치메이도 ABS수지와 폴리스티렌(PS) 가동률을 각각 50%와 30%선으로 줄이고 있다.

아시아 최대 폴리프로필렌(PP) 메이커인 인도 릴라이언스는 연산 45만t 규모의 신규 PP공장 가동을 당초 12월에서 내년 2월 이후로 연기할 계획이다.

◆글로벌 감산,수급여건 개선

'감산 도미노' 현상이 전 세계 석유화학업계로 확산되면서 일부 제품의 주문량이 늘어나는 등 수급여건이 차츰 개선되고 있다. 주요 화학제품의 국제가도 11월 셋째주 들어 반등세로 돌아섰다.

LG화학 관계자는 "수출물량의 경우 통상 다음 달 사용분을 전달에 주문하게 되는데 지난달에는 거의 주문이 끊겼지만,최근 들어 12월분 물량에 대한 주문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프로필렌(PP) 국제가격은 이달 둘째주 t당 665달러(중국도착 가격 기준) 수준으로 떨어진 뒤 반등세로 돌아서 24일 현재 t당 775달러로 상승했다.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가격도 이달 중순 t당 725달러에서 805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 10월부터 추가 가격 하락 기대감으로 구매를 미뤄왔던 중국 등 주요 소비자들의 주문량도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의 실물경제가 침체돼 석유화학경기가 장기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외 화학업체들의 자발적 '감산 공조'로 수급여건은 차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