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12월호에 실린 마지막회는 1976년 5월10일부터 6월16일까지의 일기.그는 이번 호에서 화가 천경자,소설가 최인훈씨 등과의 추억을 털어놓았다.
5월12일 그는 천경자씨와 밤 11시까지 술을 마신 뒤 이렇게 썼다. '그녀나 나나 아이 노릇이었다. 취한 천경자의 눈.떠나가는 배 같은 눈.내가 말했다. 어디 갈 때 눈 하나 나한테 떼어 주고 외눈박이로 가라 했다. 그러겠다 했다. '
남들이 동성애로 오해할 만큼 붙어다닌 최인훈씨의 걱정도 담아냈다. '울음이 노래로 변했다. 내가 마구 날뛰었다. 오래오래 노래 부르고 마셔댔다. 인훈은 취중에도 나에게 충고했다. 정신으로서의 좌파에 현실로서의 우파를 말했다. 나더러 너무 앞장서지 말라 한다. 네 시가 거리의 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고형이 불안해!라고 못 박았다. '(5월15일)
5월22일 일기에서는 신촌의 한 술집을 빌려 문학강연을 연 일을 적었다. '학생들이 뜨거워졌다. 대취.내가 그놈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정지해 있거라.시간을 거부하라,너희들은 이제부터 내일이 없다,오늘만 있다,너희들은 끝내 너희들의 청춘 그대로 돌이 되거라.그놈들이 마구 미쳐댔다. '
이들과 집에서 소주 몇병을 '카아 카아' 마시다가 그들이 언제 돌아갔는지 몰랐던 일화도 소개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