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마이너스 성장…1인당 16만원 상품권 지급

대만 정부가 5000억대만달러(약 22조6354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했다. 3분기 경제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데 이어 10월 수출주문도 6년 만에 첫 감소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정부가 전날 임시회의를 소집해 승인한 경기부양책은 △공공건설 프로젝트에 향후 4년간 4171억대만달러(18조8825억원)를 투자하고 △대만 전 국민에게 총 829억대만달러(3조7529억원)어치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공건설 투자 확대와 관련,대만 정부는 중국 기업에 건설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권 지급의 경우 당초 연간 소득 120만대만달러(5110만원) 이하인 가구에 대해 가구당 1만대만달러(42만원)어치 상품권을 주려고 했으나,소득 수준은 물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대만으로 귀화한 외국인까지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3600대만달러(16만2975원)어치 상품권을 내년 춘절(春節ㆍ설) 이전에 나눠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대만 정부는 이번 경기부양책이 연내 입법원(국회)을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대만은 최근 3분기 성장률이 ―1.02%로 떨어지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87%로 내려가는 등 경기침체 양상이 뚜렷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의 4.78%에서 8월 4.30%에 이어 계속 하향 조정돼왔다. 대만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의 5.08%에서 2.12%로 크게 낮췄다. 10월 수출주문이 전년 동기보다 5.56% 줄어드는 등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탓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지난달 4.37%로 치솟으며 5년래 최고치를 보였다. 지난 5월 취임한 마잉주 총통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신 성장동력으로 내세웠으나 중국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오히려 차이나 리스크에 더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