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한국 찾는 日ㆍ中 관광객 늘었잖아요"

100만명 해외여행 숫자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유지되던 100만명 선이 깨졌다.

"여행부분 9월부터 경상익 내년 4월부터 한중일 크루즈 운행 어려워도 내년 상반기 10억 흑자 기대"

여행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재앙'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다. 회복의 불씨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가라앉은 경기상황 탓에 여행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10월 한 달간 해외로 여행을 떠난 이들은 93만2715명.5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그나마 유지되었던 월 100만 명선이 깨졌다. 특히 7월 이후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져 그 타격이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다. 상장여행사들은 반의 반 토막이 난 주가에 비명을 높이며 임금삭감과 무급휴직 등의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그 분위기가 흉흉하다. 벌써 두 손 들고 퇴장한 여행사의 줄도 길어지고 있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에 주력해온 업체들이 특히 그렇다. 중견여행사인 세계투어도 이 같은 악재의 회오리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춘섭 세계투어 대표는 그러나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에서의 이익으로 아웃바운드 쪽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며 "시련 속에서 제2의 도약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객이 많이 줄었다.

"해도 너무 한다.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 아무리 적어도 하루 2억원,인원 수로는 200∼250명을 했다. 요즘은 예약 카운터에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 사무실이 무슨 깊은 산속의 절집 같이 조용하다. 전체적으로 내국인 출국자는 지난 5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7월부터는 그 폭이 두 자릿수로 커졌다. 10월에는 월 1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경기전망이 불확실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꽉 닫은 것 같다. "


▼고환율 때문에 더 어렵다고 들었다.

"여행객을 내보낼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여행사들은 3개월,6개월 전 견적대로 행사를 진행한다. 일본의 경우 100엔 당 1050원대에 견적을 뽑았는데 요즘은 1600원 선으로 치솟았다. 그만큼 환차손이 늘어 앉아서 돈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 세계투어의 경우 10월 매출의 25%나 환차손으로 날렸다. 그렇다고 당장 상품요금을 올리기도 힘들다. 요즘 같아서는 그나마 걸려오는 예약전화도 받지 않는 게 상책이다. "


▼인바운드쪽은 고환율 혜택 보지 않는가

"그래서 인바운드에 치중하고 있다. 몰라서 그렇지 세계투어는 인바운드 쪽이 강한 편이다. 10년 전부터 꾸준히 인바운드 쪽에 투자해왔다. 금융위기 이후는 아웃바운드가 아닌 인바운드 업체로 사업영역을 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에는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비중이 6 대 4 였는데 지금은 4 대 6으로 바뀌었다. 지난 10월 4500명 그리고 이달 들어 3700명의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지난 4월부터 중국 인바운드 조직도 만들었다. 주로 중국 공무원 여행단을 유치하고 있다. 10월에 500명,11월에 700명 등 중국관광객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 번 돈으로 아웃바운드 쪽 환차손을 메우고 있다. 10월 한 달만 일본 인바운드 수익이 5억5000만원에 달했다. "


▼내년도 인바운드 목표는

"일본 쪽은 5만명,중국 쪽은 1만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인당 수익을 10만원으로 잡으면 인바운드 수익만 60억원이다. 엔강세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어서 일본 쪽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일본 인바운드 10위권 안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인바운드 쪽 경쟁도 치열할 텐데

"인바운드는 하루 아침에 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아웃바운드에서 날고 뛰어도 인바운드 시장은 금방 못들어온다. 인바운드는 맨파워와 노하우가 절대 필요한 분야다. "


▼구조조정을 하는 여행사도 많다.

"인건비를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인ㆍ아웃바운드 합쳐 1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아웃바운드가 80명인데 1차로 50명 선으로 줄이려고 한다. 아웃바운드 조직은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인바운드를 집중 강화한다는 생각이다. 창업 이래 한번도 사람을 자른 일이 없었다.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10월부터 내 급여도 30% 삭감했다. 그나마 한 푼도 가져가지 않고 있다. 일반 직원과 간부,임원진도 10∼30% 임금반납 의사를 표명했다. "


▼주가가 액면가 아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000선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개별종목 주가가 모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나 세계투어는 아직 튼튼하다. 영업이익 등이 마이너스이지만 그건 합병에 따른 영업권 상각 때문이다. 여행부문에서 9월부터 경상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9월에 5000만원,10월에는 2억1000만원의 경상이익이 났다. 아웃바운드 손님은 줄었는데 인바운드 물량이 늘어난 덕이다. 은행부채도 전부 다 합해 3억5000만원 수준이다. 개인도 그만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합병으로 안게 된 전광판 사업부문도 8월 말로 분사했다. 내년은 아무리 어려워도 상반기중 1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


▼크루즈 분야를 강화한다고 들었다.

"레이먼드크루즈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레이먼드크루즈가 내년 초 들여올 예정인 4만7000t 급 크루즈선의 상품 개발 및 판매,마케팅을 독점하는 내용이다. 이 크루즈선은 내년 4월부터 한ㆍ중ㆍ일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내년도 인천방문의해,인천세계도시축전,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한국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국제대회와 관련된 여행수요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


▼여행업 경영신조는

"배려심과 솔선수범이다. 여행은 즐겁지만 여행업은 힘든 것이다. 시장 진입은 쉬운데 성공은 어렵다. 나쁜 마음으로는 여행업을 못한다.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게 제일 중요하다.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경영자의 솔선수범도 중요하다. 지난 4년간 행당동 집에서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는데 단 하루도 8시 출근에 늦은 적이 없다. 클린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투어는 그 흔한 비자금이 없다. 창업 다음 해부터 외부감사를 받아왔다. 돈있는 경영자보다 멋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

김재일기자 kjil@hankyung.com


전춘섭 대표는…

전춘섭 세계투어 대표는 호텔맨으로 잔뼈가 굵은 여행 전문인이다. 1979년 경기대학교 관광대학을 졸업하고,20여년간 코오롱 호텔에서 일했다. 1998년 호도투어를 설립하며 여행업계에 뛰어들었다. 호텔ㆍ콘도 온라인 실시간 예약시스템을 선보이며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숙박예약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사명인 호도투어도 호텔과 콘도의 앞 글자를 따 지은 것이다. 국내 숙박여행의 경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 대표는 숙박사업과 연계한 국제행사에서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관광 수송사업,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숙박사업,2005년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숙박사업,2007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청소년 월드컵 공식여행사 선정 등 국내에서 열린 세계적인 행사에서 숙박 관련 사업을 도맡아왔다.

전 대표는 숙박사업에서의 성공을 밑거름으로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등 사업영역 다각화를 꾀했다. 2006년 중견여행사인 나스항공을 인수합병했으며 지난해에는 반도체장비업체인 에버렉스를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