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ㆍ경제학>

나비 날개 놀림이 자칫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는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족집게 예언자가 있을 수 없다. 경제 예측은 더욱 그렇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 최다 보유국인 미국에서도 금번 금융위기를 미리 제대로 짚은 학자도,실무전문가도 없었다. 단지 어둠 속에 던진 화살 몇 발이 적중한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10여년 전 아시아 위기 때와 달리 진원지가 바다 건너 뉴욕인지라 서울에서 감지하는 사태의 위기의식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상품ㆍ자본ㆍ정보로 밀접하게 상호 의존하고 있는 지구촌 어디인들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없다. 해외교역에 생명줄을 달고 사는 한국은 특히 그러하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오바마가 경제팀 인사를 서두르며 예산안 한장 한장,한줄 한줄에 신경을 쏟고 있다. 경제위기 해결에 1분도 허비 않겠고,중증환자에게 전기충격 요법하듯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서두르겠다고 발언했다.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법이고,천금 같은 말이 납덩이로 떨어지기도 하고 하찮은 말이 날개를 달고 솟기도 한다. 요즘 여의도 증시 주변에는 미네르바가 날고 있다. 그리스신화 속 지혜의 여신의 별명에 홀려서인지 논리비약과 허구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극적인 주장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밤 올빼미 울음소리에 낮 투자행위를 그르치지 않아야 냉철한 사람이다.

정보는 위로 집중되는 성향이 있어 요즘 청와대에서 감지되는 경제위기 심각성 도수가 분명히 높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금융 관련 발언도 잦아지고 구설수도 늘었다. 이해되는 대목도 달리 보면 오해되기 십상이다. 자국 주식 매각을 권유하는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특히 증시 폭락시에 매각 자제나 매수를 호소하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지금 주식 사면 1년 후 부자된다는 표현은 후일에 문제될 수 있다. 시중자금 경색을 우려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시중금리가 내려갈 수 있도록 당부하는 말과 거두절미 은행 대출금리 인하한다는 말은 다르다. 동서고금 정치 지도자가 결정한 가격이 유효한 적이 없다. 현재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예금상품을 세일 중인 은행을 상대로 역마진을 요구할 요량이 아니라면 돈가뭄에 고사 위기에 있는 기업계를 배려하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BIS 자기자본비율과 회계기준의 완화문제는 이미 미국 등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대통령 발언은 시빗거리가 아니다. 대통령 경제발언 빈발의 밑바닥에는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에 대한 질타와 독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애당초 적재적소의 인사가 있어야 했고,위기방지ㆍ부실처리의 궂은일에 나선 관료들에게 독직사건이 아닌 한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조치를 취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한때 관계도처에 복지부동이 목격되었다. 일하는 시늉하는 제스처 맨들이 대세였다. 요즘에는 대세가 바뀐 듯싶다. 윗선의 언동은 나비라기보다는 독수리 날갯짓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자세에 과잉이 엿보인다. 기업 대출을 일일이 관료가 챙기면 은행부실의 첩경을 걷게 된다. 굳이 관치금융 망령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전대미문의 위기는 전대미문의 조치를 요구한다. 정부는 은행자본금 확충을 위해 공적자금 투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만일에 대비해 모든 것을 건다면 못 막을 위기가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날갯짓을 잘 모으면 경기회생의 선순환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마침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아직 주가 하락 요인이 상존하지만 장기투자자에게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 적기가 도래했다고 보았다. 런던만의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