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1100회 연출 임영웅 산울림극단 대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작가가 대충 쓴 듯한 느낌을 준다. 일어나 있던 사람이 갑자기 앉아서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무대 오른쪽 끝에 있던 사람이 왼쪽으로 가 있다. 배우의 동작과 표정을 지시하는 지문이 그만큼 자세하지 않다.
임영웅 산울림극단 대표(72)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40년 간 1100회에 거쳐 무대에 올렸다. 지금도 12월28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서울 홍익대 근처에 있는 산울림 소극장 1층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만큼 정교하게 쓰여진 게 없어요. 단지 베케트의 극작법이 친절하지 않을 뿐이죠."
'고도를 기다리며'는 언제 올 지 알 수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이따금씩 나타나는 포조와 럭키,매일 저녁 찾아와 "내일은 고도가 온다"고 말하는 소년 등 5명을 그린 작품이다.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리며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 부조리극.고도는 각자가 바라는 이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임 대표는 이 작품을 연출할 때마다 작가와 연출가의 줄다리기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기분과 같다는 것.엉성해 보이는 듯하지만 대사 하나가 빠져도 극의 균형이 무너져 내려 블록쌓기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베케트의 작품을 가장 잘 연출하는 것은 손 대지 않고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이 작품을 만난 것은 헤롤드 핀터의 작품 '덤웨이터'를 연출할 때였다. '덤웨이터'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한 극.한 소극장 개관 공연으로 규모가 작고 무대 전환도 많지 않은 작품을 고르다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렸다고 한다. 어려운 작품인 만큼 해석이 쉽진 않았다.
"아주 희한한 작품이었어요. 읽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다 읽는 데에만 사흘이 걸렸습니다. "
연습도 하루에 17시간씩 했다. 배우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목욕탕에 가면 발바닥이 너무 닳아 타일에 닿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연습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공연 도중 베케트가 노벨상을 타게 됨으로써 '대박'이 됐다.
"내가 표 걱정 하지 않고 공연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그의 연출력은 세계 공연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공연예술제로 평가되는 프랑스 아비뇽연극제(1989년)를 비롯해 폴란드,중국,일본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의 호평을 받았다.
베케트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도 극찬을 들었다. 1990년과 지난달 초청공연 때 현지 평론가들이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베케트가 반드시 보았어야 할 공연이다"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그에게 '고도'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연극 이외의 것을 걱정하지 않고 연극인이 연극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답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임영웅 산울림극단 대표(72)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40년 간 1100회에 거쳐 무대에 올렸다. 지금도 12월28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서울 홍익대 근처에 있는 산울림 소극장 1층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만큼 정교하게 쓰여진 게 없어요. 단지 베케트의 극작법이 친절하지 않을 뿐이죠."
'고도를 기다리며'는 언제 올 지 알 수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이따금씩 나타나는 포조와 럭키,매일 저녁 찾아와 "내일은 고도가 온다"고 말하는 소년 등 5명을 그린 작품이다.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리며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 부조리극.고도는 각자가 바라는 이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임 대표는 이 작품을 연출할 때마다 작가와 연출가의 줄다리기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기분과 같다는 것.엉성해 보이는 듯하지만 대사 하나가 빠져도 극의 균형이 무너져 내려 블록쌓기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베케트의 작품을 가장 잘 연출하는 것은 손 대지 않고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이 작품을 만난 것은 헤롤드 핀터의 작품 '덤웨이터'를 연출할 때였다. '덤웨이터'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한 극.한 소극장 개관 공연으로 규모가 작고 무대 전환도 많지 않은 작품을 고르다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렸다고 한다. 어려운 작품인 만큼 해석이 쉽진 않았다.
"아주 희한한 작품이었어요. 읽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다 읽는 데에만 사흘이 걸렸습니다. "
연습도 하루에 17시간씩 했다. 배우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목욕탕에 가면 발바닥이 너무 닳아 타일에 닿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연습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공연 도중 베케트가 노벨상을 타게 됨으로써 '대박'이 됐다.
"내가 표 걱정 하지 않고 공연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그의 연출력은 세계 공연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공연예술제로 평가되는 프랑스 아비뇽연극제(1989년)를 비롯해 폴란드,중국,일본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의 호평을 받았다.
베케트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도 극찬을 들었다. 1990년과 지난달 초청공연 때 현지 평론가들이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베케트가 반드시 보았어야 할 공연이다"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그에게 '고도'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연극 이외의 것을 걱정하지 않고 연극인이 연극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답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