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연말과 연초는 연봉협상의 계절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급된 경제위기로 연봉협상에 있어선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섰고 허리띠를 조여매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애쓰는 모습이다. 연봉협상은커녕 '일단 살아남는 게 전략'이라는 얘기도 곧잘 들린다.

회사나 경제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나만 잘살자는 식으로 연봉협상에 나설 수도 없고 "다른 곳에서 얼마를 내세우며 스카우트 제안을 해왔다"며 이직을 무기로 들고 나오는 것도 불황기엔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연봉협상에 아무 얘기도 못하고 끌려갈 수는 없는 일.

불황이긴 하지만 충분히 성과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 하는 것이 프로페셔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사내 취업 컨설턴트들의 의견을 종합해 불황기 연봉협상 전략을 제시했다.

시장 상황과 회사 사정을 파악하라

불황기에도 잘 나가는 업종이 있고 돈 버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은 어려운 때인 만큼 이해해달라는 얘기와 함께 '불황이기 때문에'란 단서를 달며 연봉협상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연봉협상에 앞서 확실한 시장 상황과 회사 사정을 파악해야 한다.

무조건 불황이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냉정하게 회사의 전망을 파악해 둬야 한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얼마를 보이고 있는지,경기침체로 인한 손실 요인은 정확히 무엇인지,업계 전망은 어떨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면 회사와 동일 선상에서 협상하기가 쉽지 않다. 정확한 내 몸값 판단만큼 회사 사정과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협상시즌에는 더 일하는 티를 내라

협상 시즌에는 상사들이 그동안의 업무 평가와 더불어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눈여겨 보게 마련이다. 특히 불황기가 되면 기업은 다른 때보다 '충성도'나 '성실성' 등 기본을 더욱 주목한다. 그런 만큼 자신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또 협상 당사자가 누군지 미리 파악해 이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해 둬야 한다. 특히 연봉협상에 앞서 자신을 평가하는 직속상관이나 협상자의 성과에도 자신이 기여할 수 있음을 알려두면 좋다.



'대체될 수 없는' 직원임을 보여라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분야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떤 분야가 됐든 한 분야에 대해 자신 이 외에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을 정도로 관련 업무에 정통해야 한다.

특정 업무에 대해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는다면 회사에서도 급여에 관한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불황기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실적을 수치화할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가 보일 때는 더욱 더 가시적인 데이터를 회사에 보여줘야 한다. 어려울 때 거둬들인 성과는 위력도 배가된다. 이를 위해서는 틈틈이 자신이 회사 측에 기여한 공로 등을 스스로 평가해서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자신이 수행해서 얻은 성과나 업적을 돈으로 환산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구매 담당자라면 자신이 제안한 새로운 구매 프로세스로 인해 비용을 얼마나 절약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는지 정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연봉 외의 조건들도 협상하라

불황으로 기업 측이 연봉을 쉽게 인상해 주지 않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성과가 뛰어나더라도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연봉 이 외의 것을 협상하는 방안도 생각해 두면 좋다. 각종 보상제도와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연봉을 직접 올려주지 않아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에게 향후 성과 창출에 대한 동기 유발을 할 수 있으면 연봉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보상제도에는 상여금이나 이익에 따른 수당(Profit Sharing),계약금,주식,스톡옵션 등이 있다. 차량 제공이나 회원권,퇴직금,교육비,주택 구입 자금 제공,휴가일수 등이 있을 수 있다.

서두르지 말라

자신이 희망하는 액수를 구체적으로 최고치와 최저치를 정해 '목표 수준'을 미리 정해두어야 협상에서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다. 논리적이고 합당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판단해 최대치와 최저치를 정해 놓고 그 사이 금액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정한 목표치를 먼저 얘기하지 않아야 한다. 협상은 서두를수록 손해를 보기 쉽다. 특히 기업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서두르는 경향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페이스에 말리면 진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