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부양 힘입어 코스피 사흘째 반등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 등의 정책효과로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는 '정책장세'가 지난달 말에 이어 약 한 달 만에 다시 펼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엔 외국인 매수세와 기관의 연말 '윈도 드레싱' 기대감 등도 가세하고 있어 반등 강도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기 침체와 환율 불안이 여전한 만큼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아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는 27일 33.70포인트(3.27%) 오른 1063.48에 장을 마쳐 사흘 새 93.34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 21일 5.8% 뛰며 1000선을 회복한 뒤부터 디플레이션(D) 공포에서 벗어나 뚜렷한 정책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날은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1년 만의 최대폭인 1.08%포인트 전격 인하했다는 소식이 국내 투자심리를 크게 호전시켰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05% 뛴 것을 비롯 대만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2000억유로 경기부양책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8000억달러 지원 소식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데 이은 호재였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연이어 쏟아지는 정책들에 힘입어 주가가 반등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며 "21일 증권유관기관들의 증시안정펀드가 매수를 시작한 것과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안정펀드에 5조원 지원을 발표한 것 등도 정책장세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달 말에도 각국이 잇달아 금리를 내리고 한.미 통화 스와프 협약이 체결되면서 정책장세가 나타났다"며 "이번엔 외국인 매수세 등 추가 호재가 있기 때문에 반등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1913억원어치를 사들여 이틀 연속 순매수를 보이면서 반등을 주도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한.미 통화 스와프 자금 가운데 40억달러를 인출키로 했다는 소식에 '상징적인 카드'로 남겨둬야 할 것을 쓸 정도로 외화 사정이 다급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외환보유액으로 환율을 방어하느니 쓸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우세했다"며 "이는 외국인이 전날보다 많은 액수를 순매수한 데서도 확인된다"고 풀이했다.

기관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펀드 수익률 관리를 위해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윈도 드레싱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긍정적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대개 12월 중반에 윈도 드레싱이 집중되는 점은 지난달 말 정책장세 때에 비해 좋은 점"이라며 "지난달 중순 지수 급락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매일 1000억원 이상의 자금 순유출을 겪었던 투신의 사정도 이번엔 상대적으로 호전돼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연기금도 올해 말 기준 국내 주식자산 비중을 17%로 잡았는데 현재 14% 수준으로 추정돼 매수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연말 배당을 겨냥한 프로그램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과 매년 1월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에 대한 기대도 정책장세의 기간과 상승폭에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환율이 여전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게 실물지표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장세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경계하라는 조언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과 비교해 본질이 크게 바뀐 것은 별로 없다"며 "정책도 투자자들의 해석에 따라 호재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