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안으로는 후순위채 발행,배당 억제를 통한 내부 유보 확대,부실채권 매각을 통한 자산 감축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 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선보이는 후순위채의 경우 자기자본의 100%까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체 노력만으로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5~16% 선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은행 자구노력이 우선

9월 말 기준 17개 은행들의 순수 자기자본(Tier 1ㆍ기본자본)은 99조원이다. 여기에다 보완자본(Tier 2ㆍ자본 성격의 채권)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통해 40조원을 조달한 상태다. 보완자본은 순수 자기자본의 100%(최대 인정 한도)까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59조원 규모의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은행들이 보완자본을 꽉 채워 조달할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은 5.8%포인트 높아진다. 은행권의 9월 말 BIS비율이 10.79%인 점을 감안하면 16%를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후순위채의 경우 만기가 10년 이상이면 발행액의 100%를 보완자본(Tier 2)으로 인정하지만 10년 이하일 경우 50%만 보완자본으로 인정한다. 현재 은행들은 장기물의 경우 금리 부담이 큰 만큼 대부분 5년6개월물을 발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자기자본비율은 13% 안팎에 머무를 전망이다.

최근 3년간 은행권의 배당성향은 22%에 달했다. 이 비율을 5%포인트만 내려도 BIS비율이 0.27%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 배당을 완전 중단하면 1.5%포인트 정도 올라간다.

물론 이 수치는 은행들이 지난해와 같은 순이익(15조원)을 올해 낸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6.2% 감소했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지주사가 차입을 통해 조달한 돈으로 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차입한 돈으로 증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기본자본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만큼 허용해줄 방침이다.

◆정부,어떻게 지원할까

정부 지원 방법으로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이 가진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모기지담보증권(MBS)으로 전환해 시장에 매각하면 된다. 이럴 경우 은행들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으로 과다한 은행채 등을 상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자본비율도 높일 수 있다.

위험자산이 줄어들면 BIS비율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팔려면 차주들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은은 주택금융공사의 재원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공사채를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도 금융공사에 1000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은 은행 후순위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급준비율 인하는 은행들이 한은에 요청하는 사항이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예금 총액의 일정 비율을 한은에 예치하는 비율로,이 비율이 낮을수록 은행들은 자산 운용 여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한은은 지준율 인하가 은행의 수지 개선에만 도움을 줄 뿐 BIS비율 개선이나 대출 여력을 확대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라고 밝히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