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ㆍ자산가치 하락 틈타 부동산 등 사들여

일본과 독일,중동 국가 등 외국계 자본이 한국의 자산가격 하락에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최근 매물가격 하락에다 원화 대비 달러ㆍ엔화가치 급상승이 겹쳐 한국 기업들이 내놓은 계열사,땅,오피스 빌딩,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등의 실질가격이 연초보다 절반 이상 떨어지자 사모펀드(PEF) 등 해외 자본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들고 있다.

27일 기업 인수ㆍ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한국시장 투자에 한동안 뜸했던 해외 PEF들이 경제위기로 시장에 나온 한국의 부동산 등을 잇달아 사들이거나 입질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투매식으로 던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인 A사는 최근 서울 당산동의 사업부지를 640여억원을 받고 외국계 자본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계 자금은 최근 강북지역과 강서구 등지에서 300억원 안팎의 중형 오피스 빌딩 3건을 매입,리모델링에 착수했다. 이 거래를 중개해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오피스 리모델링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단순 매입해 차익을 남기는 식이 아니라 리모델링하고 재임대해 건물가격을 띄우고 빠지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책금리가 0.3%로 떨어져 한국 자산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 재건축한 건물들이 많지 않은데 독일계 자금이 오피스 빌딩을 사들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아파트도 투자 리스트에 올라 있다. 대림산업은 성수동에 짓는 고급 주상복합단지 '한숲 e-편한세상'(최고 45억원)의 일부 시설을 외국계 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LA 거주 한인들이 운영하는 부동산 사모펀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최근 분양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미분양분을 사겠다고 제의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CVC나 어피니티 에퀴티 같은 일부 해외 PEF들이 한국에서의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한국에서 PEF가 관여한 M&A 규모는 3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