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침체 우려와 저가 매수 인식이 공존하면서 글로벌 주식 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나올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금리 인하나 경기 부양책과 같은 각국 정부의 정책 공조로 반등이 나오는가 싶다가도 또 부정적인 경제지표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식이다.

물론 한국의 주식시장도 이런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변동성이 커지고 증시의 추세적인 방향성도 쉽사리 예측되지 않아 단기적 투자전략만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버거운 느낌이다.

그러나 경험이 풍부한 주식투자자라면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우량주들의 가격이 시장 상황 악화로 급락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헐값에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바겐세일' 기회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종목을 고르는 데 있어 자신만의 투자철학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렸던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 고수들을 떠올려 보자.지금 한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기업을 선택할 것인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은 주가 왜곡의 주범으로 투자자의 두려움과 탐욕을 꼽으며 결국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따라 평가된다고 믿었다. 그는 "투자는 철저한 분석 아래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라고 말할 정도로 분석투자를 강조했다. 그레이엄은 평소 PBR 0.35 이하,부채비율이 150% 이하 등 10개의 선택 조건을 적용해 투자 대상 기업을 골랐다. 이 조건을 적용해보면 대림산업 동양기전 더존디지털 대덕GDS 세원물산 등이 가장 근접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의 수제자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기업의 내재가치 이하로 거래되는 저평가 주식을 발굴해 오랫동안 보유하는 투자전략을 사용한다. 버핏의 가치를 반영해 삼성증권은 △순부채비율이 낮고 △지난 3년간의 영업현금 창출능력(EBITDA)이 기업가치(시가총액)를 뛰어넘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기업으로 롯데삼강 포스코 삼성전자 SK텔레콤 LS 현대모비스 신세계 에쓰오일 성광밴드 KT&G 등을 꼽았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버핏의 주식 투자는 위기가 극복되는 순간에 빛을 발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남은 2008년과 2009년의 경기위기론 속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말했다.

피델리티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철학도 비슷하다. 변화하는 장세에 연연하지 말고 좋은 기업을 선택해 장기 투자하라는 것이다. 강성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린치의 정성적 선정 기준에 따르면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기관 보유 비중이 낮은 기업,그러나 시장점유율은 높아 실적이 안정적이고 성장성이 살아있는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바로 국내 시장에서는 남양유업과 진로발효 신라교역 삼립식품이 이에 해당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이들 기업은 분유와 주정,수산 수출, 양산제빵 부문에서 시장 1,2위 업체들로 부채비율이 낮은 반면 현금비율이 높아 재무 안전성이 좋다. 반면 기관 보유 지분율과 거래량 자체가 적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린치는 또 내부자의 주식 매수나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있고 주가 안정성도 가져온다고 봤다.

피터 린치가 운용한 세계적인 명성의 마젤란펀드는 1987년 블랙 먼데이와 6차례에 걸친 불경기 등을 거치면서도 13년간 연평균 29.2%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펀드매니저 출신의 데이비드 드레만은 대중과 반대로 가는 '역발상 투자'의 대가다. 그러나 본질은 다른 사람들이 쳐다도 보지 않을 만큼 인기가 없고 값이 떨어진 주식을 사들여 가치를 인정받을 때 팔라는 것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은 낮지만 재무상태가 견실하고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장하는 종목들을 고른다. 동부증권이 제시한 해당 종목은 현대차 KT STX조선 금호석유 등이다.

강 연구원은 "드레만의 역발상 투자전략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지난 10월 말 16개 종목으로 구성했는데 이번달 21일까지 절대수익률이 10.57%를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0.46%)을 크게 앞질렀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