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수류탄사건' 대대.연대.사단장 보직해임..GP장.부GP장 구속
李국방, 내일 군고위급 긴급대책회의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 GP(전방초소) 내무반에서 수류탄을 던져 동료 부대원 5명에게 부상을 입힌 황모(20) 이병은 선임병들로부터 잦은 질책과 동기생에 대한 열등감 등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수사본부는 28일 GP 수류탄 폭발사건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황 이병이 내성적 성향과 반항적 기질로 선임병들과 잦은 마찰이 있었고 동기생보다 인정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질투심과 열등감이 있었다"며 "추운 날씨에도 휴식이 보장되지 않은 GP밖 환경정리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자 이를 외부에 알려 현실에서 도피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입대한 황 이병은 평소 동기생인 이 이병(중상자)이 선임병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으나 자신은 "동작이 느리고 근무수칙 등을 제대로 암기를 못한다"는 이유로 인정을 받지 못해 질투심과 열등감을 느껴왔다.

GP에 투입된 후 경계근무와 휴식이 보장되지 않은 채 환경정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가운데 선임병들로부터 "작업을 의욕적으로 해라" "후임병들을 잘 가르치고 내무생활을 잘해라"는 등 수시로 질책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 이병은 수사과정에서 학력과 가족상황, 생활 정도 등 자신의 신상과 관련한 사항을 전혀 기억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육군은 앞으로 황 이병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육군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GP장 김모 소위와 부GP장 김모 중사를 명령위반죄로 구속했으며, 사고 GP를 담당하는 6사단 조모 사단장(소장), 이모 연대장(대령),안모 대대장(중령)에 대해 지휘책임을 물어 보직해임했다.

황 이병이 자신에게 언어폭력과 폭행 등을 했다고 진술한 선임병 4명은 사실관계를 확인 후 처벌할 예정이다.

또 사고 당시 GP 내무반에서 자고 있던 부대원들의 정신적 충격 등을 감안,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 상담전문장교 등으로 심리치료팀을 구성해 이들이 정상적인 부대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육군은 설명했다.

황 이병은 지난 22일 오후 8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야간 고가초소 경계근무를 마치고 상황실에 도착해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간이 탄약 상자에서 이 이병(중상자)의 수류탄을 훔쳐 야전 상의 주머니에 넣고 내무반으로 복귀했다.

그는 오후 11시10분께 1초소 부근으로 이동, 수류탄 지환통(종이로 만든 탄통)을 개봉해 '밴딩 테이프'를 상의 우측 주머니에, 수류탄은 좌측 주머니에 넣고 지환통은 철책 밖으로 버렸다.

황 이병은 5분 뒤 상황병의 동태를 파악하려고 상황실로 이동해 상황병(김 상병)에게 "물탱크에서 물이 올라가는 소리가 난다"는 등의 말을 건네고 내무반으로 돌아와 밴딩 테이프를 바로 옆 장모 이병의 관물대에 넣어놓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23일 오전 1시30분께 내무반에서 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부대원들의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으나 자는 척하고 누워있다가 오전 1시48분께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과 안전클립을 뽑아 취사장 방향으로 던지고 수류탄을 출입문 방향으로 던졌다.

황 이병은 "수류탄의 살상범위가 15m인데도 5m 이내인 것으로 잘 못 알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수류탄을 빨래건조대와 총기함 쪽으로 던지면 사람이 다치기는 해도 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수사본부는 황 이병이 수류탄 상자 뚜껑을 발로 열고 닫는 모습이 상황병에게 목격됐고 상황병에게 물탱크 관련 내용을 불필요하게 말한 점 등을 토대로 핵심 용의자로 지목했다.

현장에서 수거된 안전클립과 핀, 손잡이, 지환통 테이프 등에 대해 유전자(DNA) 감식을 한 결과, 안전핀과 지환통 테이프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황 이병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그를 집중 추궁, 26일 오전 10시30분께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수사본부는 26일 오전 12시께 황 이병을 긴급체포했으며 '군용물 절도와 살인미수'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 결과, 사고 GP의 탄약관리가 규정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계근무 규칙도 위반하는 등 근무기강 해이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GP장과 부GP장이 교대로 잠을 자야하는데도 사고 당시 모두 취짐 중이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 29일 오후 2시 육.해.공군총장과 해병대사령관, 기무사령관, 연합사부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 19명이 참석하는 군 고위급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작전 및 근무기강 확립을 강조할 예정이다.

육군본부 한민구(중장) 참모차장은 "GP 수류탄 폭발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5명의 부상자 가족 여러분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피해 병사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유현민 기자 threek@yna.co.kr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