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 28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기업들을 정치와 사회가 따라가지 못하는 탈동시화(desynchronize)가 이번 세계경제 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며 "의회와 정치 지도자들은 거대한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혁신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토플러 박사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선진사회 진입' 특별강연에서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투자상품들이 1초 만에 만들어지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가는 상황에서 위기를 타파하려면 과거와는 다른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탈동시화'는 토플러 박사가 저서인 '부의 미래'에서 관료주의 시스템의 붕괴를 예견하며 사용한 말이다. 예컨대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데,정부는 30마일,교육은 20마일로 뛰고 있어 새로운 부의 창출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토플러 박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사회학자들은 관료주의가 정부와 기업의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산업혁명 시대의 얘기"라며 "지금은 좀 더 창조적이고 새로운 조직 형태를 창출해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와 하이디(아내)가 전 세계를 다니면서 놀라는 건 중앙정부뿐 아니라 여러 도시들도 혁신과 창조성에 대해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현재의 구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토플러 박사는 또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1800년대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산업통제(industrial discipline)라는 이론을 적용해 고안된 것"이라며 "삶의 모든 부분이 '비대량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옛 교육시스템은 파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아내이자 미래학자인 하이디 토플러 박사는 "일본에 갔더니 10살짜리 학생이 SAT(미국 대학 수학능력시험)를 공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그 시간에 구글을 통해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배우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