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10년 전에 금융위기를 겪어봤던 경험이 현재 상황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28일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국제금융세미나에 참석해 "외환위기를 겪은 뒤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았고 금융회사들도 자체적으로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큰 노력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997년에는 7% 정도였으나 지금은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여섯번째로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기 부채(1757억달러)가 늘었지만 그 중 45%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발생시킨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주택과 건설 관련 대출을 지나치게 늘린 것이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외 언론의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GDP 대비 모기지 비율은 30%로 70% 이상인 미국이나 50%대인 독일보다 건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조속히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연말까지 국회 비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에서도 재협상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G20 정상회의에서 기존 협상을 존중한다는 발언을 한 만큼 우리도 국회 비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FTA가 국회 비준을 받으면 한국의 국가신용도 등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