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년만에 순채무국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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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마이너스 251억달러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 커
한국이 약 8년 만에 순채무국으로 전락했다. 연초부터 예견된 만큼 당장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불안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국인 주식매도가 화근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9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251억달러로 지난 6월 말(17억달러)보다 268억달러 줄었다. 대외채권은 지난 6월 말 4223억달러에서 9월 말 4000억달러로 223억달러 줄어든 반면 대외채무는 4206억달러에서 4251억달러로 45억달러 늘어난 결과다.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0년 1분기(-58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대비 만기 1년 미만 유동외채의 비중도 지난 6월 말 85.6%에서 9월 말 94.8%로 높아졌다.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투자는 채권투자와 달리 대외채무로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한 뒤 이 돈을 달러로 바꿔 갖고 나가면 대외채무는 줄지 않고 대외채권(외환보유액+은행이나 기업이 가진 대외자산)만 줄게 돼 순채무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3분기(7~9월)에 국내 증시에서 주식 등 지분성 자산을 280억달러가량 팔고 떠났다. 양재룡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과거 외국인이 국내 주식투자를 늘렸을 때는 순대외채권이 늘었지만 요즘은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서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한은,"문제없다"
정부와 한은은 순채무국 전환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대외채무 4251억달러 가운데 선박수출 선수금 550억달러,해외펀드의 환헤지용 해외차입 496억달러 등 1112억달러가량은 상환부담이 적고 나중에 소멸되는 외채라는 근거에서다. 예컨대 선박수출 선수금은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대금을 미리 받은 것으로 나중에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고 나면 대외채무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환헤지용 해외차입은 해외증권 투자자산과 연계돼 있어 순수한 부채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상환부담이 적은 채무를 감안하면 한국의 실질적인 순대외채권은 861억달러에 달한다고 한은은 밝혔다. 통계상 순채무국으로 전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순채권국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채무 비율도 한국은 43.8%에 불과해 미국(99.2%),영국(409%),프랑스(211.8%)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현재 외채 규모로 한국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없다"며 "해외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외채를 국가 신용등급과 연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큰 동요 없이 전날보다 달러당 7원 떨어진 1469원을 기록했다.
◆불안심리가 문제
순채무국 전환은 외환시장에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는 있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순채무국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외견상 심리적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도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빚이 많다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달러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것도 그동안 달러 차입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기조 등을 통해 순채무국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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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채무국=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인 나라다. 정부나 기업 은행 등이 외국에서 꾸어 온 돈이 받을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순채무국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갚을 능력만 있다면 대외거래에서 발생하는 채무는 큰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 커
한국이 약 8년 만에 순채무국으로 전락했다. 연초부터 예견된 만큼 당장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불안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국인 주식매도가 화근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9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251억달러로 지난 6월 말(17억달러)보다 268억달러 줄었다. 대외채권은 지난 6월 말 4223억달러에서 9월 말 4000억달러로 223억달러 줄어든 반면 대외채무는 4206억달러에서 4251억달러로 45억달러 늘어난 결과다.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0년 1분기(-58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대비 만기 1년 미만 유동외채의 비중도 지난 6월 말 85.6%에서 9월 말 94.8%로 높아졌다.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투자는 채권투자와 달리 대외채무로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한 뒤 이 돈을 달러로 바꿔 갖고 나가면 대외채무는 줄지 않고 대외채권(외환보유액+은행이나 기업이 가진 대외자산)만 줄게 돼 순채무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3분기(7~9월)에 국내 증시에서 주식 등 지분성 자산을 280억달러가량 팔고 떠났다. 양재룡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과거 외국인이 국내 주식투자를 늘렸을 때는 순대외채권이 늘었지만 요즘은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서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한은,"문제없다"
정부와 한은은 순채무국 전환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대외채무 4251억달러 가운데 선박수출 선수금 550억달러,해외펀드의 환헤지용 해외차입 496억달러 등 1112억달러가량은 상환부담이 적고 나중에 소멸되는 외채라는 근거에서다. 예컨대 선박수출 선수금은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대금을 미리 받은 것으로 나중에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고 나면 대외채무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환헤지용 해외차입은 해외증권 투자자산과 연계돼 있어 순수한 부채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상환부담이 적은 채무를 감안하면 한국의 실질적인 순대외채권은 861억달러에 달한다고 한은은 밝혔다. 통계상 순채무국으로 전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순채권국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채무 비율도 한국은 43.8%에 불과해 미국(99.2%),영국(409%),프랑스(211.8%)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현재 외채 규모로 한국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없다"며 "해외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외채를 국가 신용등급과 연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큰 동요 없이 전날보다 달러당 7원 떨어진 1469원을 기록했다.
◆불안심리가 문제
순채무국 전환은 외환시장에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는 있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순채무국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외견상 심리적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도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빚이 많다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달러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것도 그동안 달러 차입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기조 등을 통해 순채무국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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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채무국=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인 나라다. 정부나 기업 은행 등이 외국에서 꾸어 온 돈이 받을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순채무국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갚을 능력만 있다면 대외거래에서 발생하는 채무는 큰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