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재고는 17% 늘어 12년만에 최악
소비도 침체…소비재 판매 -3.7% 5년만에 최저


내수 부진 속에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10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이 전년 동월비 -2.4%를 기록했다.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데 연휴 효과 등을 제거한 조업일수 조정 기준으로는 2001년 9월(-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도 13개월 연속 하향세를 보여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생산 소비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는 내용의 '10월 산업활동 동향'을 28일 발표했다.

◆수출길까지 막힌다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광공업 생산이 줄어든 것은 국내외 동반 경기 침체로 기존 생산 제품이 창고에 쌓이자 기업들이 서서히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광공업 재고증가율은 전년 동월비 17.6%로 1996년 11월(17.8%)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그 때문에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7%까지 떨어졌다. 현장 근로자들의 일감이 크게 줄고,기업의 설비투자 수요도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연초부터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한 내수는 그렇다쳐도 선진국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급기야 수출에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제조업 내수 출하 증가율이 0.2%까지 둔화됐을 때에도 수출 출하 증가율은 15.9%의 두 자릿수 신장세를 이어갔지만 지난달 0.7%까지 주저앉았다.

고용불안에 따른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재 판매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7% 감소했다. 카드대란 직후인 2003년 8월(-5.9%) 이후 5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백화점(-1.9%) 대형마트(-1.6%) 구멍가게(-7.8%,전문상품소매점) 할 것 없이 모두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수 부진을 반영해 서비스업 부가가치 창출은 작년 동월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장기 침체 불가피

문제는 앞으로도 경기 회복을 쉽게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설비투자(-7.7%)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선행지표인 기계수주도 전년 동월 대비 36.7% 줄었다. 건설수주량(경상금액 기준) 역시 23.9% 감소세를 보였다. 기업들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러 실물지표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기술적 지표들도 '장기 침체'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8포인트 떨어져 9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1.3%)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9월부터 1년 넘게 계속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부진 여파가 언젠가는 수출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속도와 충격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며 "경기 회복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