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前부총리 "바쁠 때 한가한 짓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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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가 떠오른다 "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 중요하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현 정부의 위기 대처 방식에 대해 이같이 강도 높게 비판했다. 28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이 주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 세미나 에서다.
◆"바쁠 때 한가한 짓 말라"
이 전 부총리는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處多事之時(처다사지시) 用寡事之器(용과사지기) 非智者備也(비지자비야)'(복잡한 시대에 일이 적던 시절의 수단을 쓰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준비가 아니다) 구절을 인용하며 "바빠 죽겠는데 한가한 정상 시기의 제도와 정책에 매달리지 말라"며 "보다 과감한 정책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논란이나 명분 부족을 두려워해 시간을 끌면 사태가 악화된다"면서 "요즈음 사태 진행 추이는 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의 참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마저 든다"고 우려했다. 또 "정책을 순차적으로 하지 말고 패키지로 한꺼번에 해야 한다"며 "정책수단 강도는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와 함께 "작은 희생을 감수하고 웬만한 걸림돌이나 반대는 무릅쓸 수 있는 정책당국의 용기가 필요하다"며 "또 세계적 흐름 같은 큰 파도는 거스르지 말고 타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생활 안정대책 시급"
이 전 부총리는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선 "당장 중요한 것은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라고 말했다. 서민생활 안정대책과 시장안정 긴급지원을 위해 적기에 확실하고 충분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재정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를 선호하고 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이나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재정확대,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며 "차제에 우리 경제의 구조적 전환과 업그레이드를 가능케 하는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대책 기구 만들어야"
이 전 부총리는 정부 조직과 중앙은행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금융과 국제금융 담당 정부조직의 분리,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분리,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 등을 언급하며 "평상시에는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지만 위기에는 위기에 걸맞은 조직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한 사람으로 하고 당장 정부 내부에 통합대책기구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이 전 부총리는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며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렵고 위기가 최소 2년 이상 지속되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와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 이후에 도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3개월이 중요하다"며 "소극적인 미봉책으로 현재 위기를 대충 넘기려한다면 결국 일본이 겪었던 장기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국제금융상품과 서비스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실채권(NPL)이나 구조조정 기업들이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사모투자펀드(PEF)나 투자은행(IB)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은행 BIS비율 높여야"
이 전 부총리는 '정부가 은행의 자본을 확충해 BIS비율을 높이는 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확실하고 단호하게 제거해 금융시장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며 "유동성 부족에는 유동성 확대 공급으로,건전성 문제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판단보다 시장의 반응과 평가가 더 중요한 때"라며 "싫든 좋든 시장 평가를 중요시하고 이를 믿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직후 초대형 금융감독기구로 탄생한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의 장을 겸하면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 중요하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현 정부의 위기 대처 방식에 대해 이같이 강도 높게 비판했다. 28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이 주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 세미나 에서다.
◆"바쁠 때 한가한 짓 말라"
이 전 부총리는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處多事之時(처다사지시) 用寡事之器(용과사지기) 非智者備也(비지자비야)'(복잡한 시대에 일이 적던 시절의 수단을 쓰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준비가 아니다) 구절을 인용하며 "바빠 죽겠는데 한가한 정상 시기의 제도와 정책에 매달리지 말라"며 "보다 과감한 정책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논란이나 명분 부족을 두려워해 시간을 끌면 사태가 악화된다"면서 "요즈음 사태 진행 추이는 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의 참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마저 든다"고 우려했다. 또 "정책을 순차적으로 하지 말고 패키지로 한꺼번에 해야 한다"며 "정책수단 강도는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와 함께 "작은 희생을 감수하고 웬만한 걸림돌이나 반대는 무릅쓸 수 있는 정책당국의 용기가 필요하다"며 "또 세계적 흐름 같은 큰 파도는 거스르지 말고 타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생활 안정대책 시급"
이 전 부총리는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선 "당장 중요한 것은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라고 말했다. 서민생활 안정대책과 시장안정 긴급지원을 위해 적기에 확실하고 충분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재정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를 선호하고 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이나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재정확대,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며 "차제에 우리 경제의 구조적 전환과 업그레이드를 가능케 하는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대책 기구 만들어야"
이 전 부총리는 정부 조직과 중앙은행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금융과 국제금융 담당 정부조직의 분리,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분리,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 등을 언급하며 "평상시에는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지만 위기에는 위기에 걸맞은 조직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한 사람으로 하고 당장 정부 내부에 통합대책기구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이 전 부총리는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며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렵고 위기가 최소 2년 이상 지속되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와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 이후에 도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3개월이 중요하다"며 "소극적인 미봉책으로 현재 위기를 대충 넘기려한다면 결국 일본이 겪었던 장기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국제금융상품과 서비스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실채권(NPL)이나 구조조정 기업들이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사모투자펀드(PEF)나 투자은행(IB)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은행 BIS비율 높여야"
이 전 부총리는 '정부가 은행의 자본을 확충해 BIS비율을 높이는 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확실하고 단호하게 제거해 금융시장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며 "유동성 부족에는 유동성 확대 공급으로,건전성 문제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판단보다 시장의 반응과 평가가 더 중요한 때"라며 "싫든 좋든 시장 평가를 중요시하고 이를 믿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직후 초대형 금융감독기구로 탄생한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의 장을 겸하면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