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기업 혜택 죽소 등 中 환경 갈수록 악화, 생산거점형→내수지향형으로 투자 바꿔야"

"내년 수출 5000억 弗ㆍ무역흑자 25억 弗 예상, 에너지 효율화 방안ㆍFTA 체결 등 서둘러야"

세계 경제는 지금 '시계제로'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유가,금융위기,환율 변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한국호'는 2009년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외 무역환경을 점검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장기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009년 무역환경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정부),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장(연구소),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대기업),이재원 슈프리마 대표(중소기업)가 참석했다. 이들은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정부는 무역금융 원활화나 원자재 확보 등을 지원한다면 경제 위기는 수출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
▷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
▷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장
▷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
▷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
▷ 사회 안현실 논설위원

△안현실 위원=금융위기가 실물 경기 침체로 옮아가고 있다. 우리 수출은 금융위기의 영향을 얼마나 받고 있나.

△정만원 사장=전 세계적으로 돈이 안 돈다. 우리도 금융이 제대로 안 된다. 내가 아는 한 기업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 15% 금리에 돈을 빌렸다. 조달금리가 연 12%를 넘으면 살아 남을 회사가 거의 없다.

△이재원 대표=중소기업은 더 심각하다. 우량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키코(KIKO)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이경태 원장=금융기관이 살아남으려고 돈을 회수하고 있어 돈이 돌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달러 공급 입찰을 하면 외국계 금융회사나 국내 은행이 낙찰받는다. 정부는 실수요자인 무역업체에 달러가 흘러갈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이재훈 차관=정부는 현장에서 돈이 제대로 돌도록 하기 위해 수출환어음매입 보증한도,소액심사제,선적 전 신용보증한도 등을 확대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내년 수출보험 계약체결 한도도 130조원에서 170조원으로 증액한다.

△사회=자본 부족으로 은행이 자금 중개기능을 사실상 포기하자 차제에 은행 자본 확충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원장=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공동 출자 은행을 만들어 경제 위기 때 은행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본연의 모습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 다양화를 위해 금산분리 정책 완화를 고려해야 할 때다.

△정 사장=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핵심 근거는 이른바 '쌈짓돈 우려'다. 기업들이 은행을 인수해 은행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할 것이란 걱정인데,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얘기다. 관계사 거래 공시가 강화됐고,사외이사 제도가 일반화됐으며 시민단체들은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다. 기업이 은행을 소유해도 쌈짓돈 우려는 현실성이 없다. 금산분리 완화를 포함해 은행의 자본을 어떻게 확충할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다.

△사회=올해 남은 기간 동안 무역수지가 어떨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차관=어려운 여건이지만 11월 소폭 무역흑자를 거두고 4분기 전체로는 40억~5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거둘 것으로 본다.

△이 원장=일부에서는 11월 무역수지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국도 무역수지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사회=내년 수출을 전망하면서 빼놓기 힘든 변수가 중국 경기인데.

△이 원장=핵심 이슈는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8%를 넘을 수 있느냐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국이 내년 내수 부양으로 8% 이상 성장하면서 경제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8%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차관=10월 대(對)중국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인도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등 대체시장 발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환경ㆍ노동정책 강화,외자기업 혜택 축소,위안화 절상 등으로 중국 내 투자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대중투자는 '생산거점형'에서 '내수지향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 사장=중국의 내수 진작 의지는 확고하다. 중국 정부는 미국 금융위기를 작년 여름부터 대비해 왔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지만,우리 기업들은 대중 수출 품목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본다.

△이 대표=중국은 한국 기업에 생산기지이자 수출시장이며 경쟁자다. 생산기지로서 중국은 우리 기업들을 더 힘들게 만들 것이다. 수출시장 측면에선 우리 기업에 기회다. 중국 정부는 전자정부 사업을 시작했는데,한국은 전자정부를 이미 구축했다.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가진 한국 중소기업은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끝으로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은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 물론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대비는 필요하다.

△사회=내년 무역수지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 원장=수출은 올해보다 8% 이상 늘어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무역수지 흑자는 25억달러 정도가 예상된다.

△이 차관
=무역수지 흑자 가능성은 높다. 정부는 조만간 여러 변수를 감안해 정확한 전망치를 내놓겠다. 중요한 점은 목표를 의욕적으로 잡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총력체제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경제가 지나치게 위축돼 수입이 줄어 들고,이 때문에 무역수지 흑자가 커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 사장=우리 주력 수출품인 조선 플랜트 등은 이미 받아 놓은 일감이 많다. 내년 수출 전망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IMF가 예측한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은 ―0.3%이지만,세계적으로는 +2% 정도다. 우리나라의 선진국 수출 비중은 올해 35% 정도다. 나머지 65%의 시장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머징마켓 등을 대상으로 더 노력하면 두자릿수 수출 성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수출 성장동력을 중장기적으로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원장=기업들은 당장은 힘들겠지만 내년은 물론 3년,5년,10년 후를 내다보고 새로운 수출 성장 동력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유무역협정(FTA)을 다른 나라보다 더 먼저,더 많이 체결해야 한다. 한ㆍ미 FTA는 물론 러시아 호주 메르크수르(남미공동시장) 등과도 FTA 체결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정 사장=우리 경제는 자원 파동 때마다 휘청거린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2~3년간 에너지ㆍ자원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비금속광물 등의 자원을 값싸게 확보할 수 있는 호기다. 일본 종합상사들이 2004년 글로벌 파이낸싱 능력을 바탕으로 자원 확보에 나서 많은 이득을 얻은 점을 배워야 한다.

△이 대표=정부가 신성장 동력을 내놓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일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 50% 이상인 중소기업을 500개나 확보하고 있다.

△이 차관=올해 수출의 특징은 신시장으로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난 10월까지 대 인도 수출은 50% 넘게 성장했다. 아세안 중동 중남미 수출도 30% 넘게 늘었다. 경제 침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전시회 참가를 넓히는 등 우리 기업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적극 도울 방침이다. 중소기업 물류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공동 물류센터를 현재 12개에서 2010년까지 20개로 확대하겠다. 해외플랜트 등 '수출 블루오션'개척도 적극 지원하겠다.

정리=이상열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