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미술계에 사진 전시회가 줄을 잇고 있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들은 비수기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그림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틈새를 노린 사진전을 대거 기획했다.

현재 열리거나 준비 중인 사진전은 국제사진페스티벌(13일~내년 1월15일.구 서울역사)을 비롯해 선재아트센터의 '39조 2항'(6일~내년 2월15일),대림미술관의 '주명덕의 도시정경전'(내년 1월18일까지),국제갤러리의 '오형근 개인전'(31일까지),공근혜갤러리의 '사진,그릇에 마음을 담다'(9일~내년 1월11일),갤러리 룩스의 '이갑철 개인전'(3~16일),토포하우스의 '레지스 그라일 사진전'(3~9일) 등 10여개에 달한다.

최근 들어 사진전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20~40대 영상세대 컬렉터들이 그림보다 싼 사진예술에 관심을 갖는데다 기법 역시 첨단화되면서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자연이나 다큐사진전 위주의 예년과 달리 인물,도시,보자기 등을 첨단 기법으로 재구성한 '포토페인팅(사진회화)' 작품이 많다. 작품 가격은 천차만별.에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점당 100만~1000만원대가 대부분이다.

옛 서울역사에서 열리는 국제사진페스티벌에는 이지마 거오르(일본)를 비롯해 패트릭 타베르나(오스트레일리아),랄라 에세이디(모로코),박형근.배찬효.윤진영.이단.이일우.이진우.장진아.정영혁.정희승씨(한국) 등 국내외 작가 50여명의 작품 350점이 쏟아져 나온다. 가격은 점당 300만~8000만원.(02)2269-2613

국제갤러리에서는 중견 사진 작가 오형근씨의 '소녀들의 화장법'전이 열리고 있다. 오씨는 1999년 '아줌마'시리즈,2004년 '소녀연기'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는 10대 소녀들의 적나라한 화장법을 통해 그들의 불안한 욕망과 서투른 여성성을 담은 작품 20여점을 보여준다. 1~2m 크기의 대작 20여점이 점당 1000만원대에 나와 있다. (02)735-8449

연말연시를 겨낭한 선물전도 열린다. 공근혜갤러리는 '사진,그릇에 마음을 담다'를 주제로 민병헌의 풍경 사진과 김수강의 정물 사진,조엘 메이어로위츠의 과일 정물,빅터 슈레거의 책 사진 작품 등 30여점을 점당 150만~1500만원에 내놓는다. (02)738-7776

프랑스 뷰갤러리 전속작가 이갑철씨는 3~16일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파리의 도시 일상을 포착해 전통적인 흑백 사진기법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제작한 작품 20여점이 나오며 점당 가격은 100만~150만원 선이다. (02)720-8488

중견 사진 작가 주명덕씨는 대림미술관 개인전에 최근 10년간 찍은 도시 사진 75점을 걸었다. 슬럼가처럼 보이는 홍대 주변의 모퉁이,명동이나 광화문의 낯선 풍경 등이 눈길을 끈다. (02)720-0667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는 사진예술을 통해 한국의 군사문화와 전쟁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획전 '39조2항'전을 마련한다.

사진 작가 김규식,노순택,백승우,이용훈,전재홍씨가 한국 사회에서 놀이,게임,패션 등의 형태로 일상에 스며든 군사문화를 50점의 작품으로 보여준다. (02)733-8945

김남진 사진문화포럼 이사장은 "그림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사진 수요층이 두터워지고 있어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현대식 건물에는 그림보다 사진이 더 잘 어울린다는 점도 사진 작품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