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배ㆍ조성제의 醫食同源] (4) 굴 ‥ 옹골진 어리굴…크고 단맛 나는 통영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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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간월도(看月島)의 겨울 달빛은 서럽지 않다. 달이 가진 외롭고 쓸쓸한 이미지와는 달리 바다에는 간월도의 달빛을 머금은 투명한 은색의 굴이 자란다. 어리굴이다. 작고 단단하며 옹골찬 어리굴의 맛과 향을 견줄 만한 상대는 별로 없다. 남해 바다 통영의 굴이 단맛과 식감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과는 대칭점에 서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미식가였던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고원(함남)과 문천(강원도 고성 이북)에서 나는 것은 크지만 맛은 서해에서 나는 작은 것만 못하다"고 적고 있다.
서해안의 굴이 씨알이 작은 이유는 썰물 때엔 바깥세상에 노출됐다가 밀물 때에만 바다 속으로 들어가 영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기를 버린 대가로 맛을 얻었다. 굴은 회,굴밥,구이 등으로 먹기에 좋다. 간월암 주변에 굴밥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몇 개 있다. 하지만 어리굴하면 역시 어리굴젓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얼얼한 고춧가루의 맛이 탱탱하고 은근한 단맛 속에 벤 어리굴젓의 상큼한 맛은 따뜻한 밥과 잘 어울린다. 단지 매운 맛이 아니라 매콤하면서 단맛이 돌아야 제대로 된 어리굴젓이다.
어리굴젓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한해( )'라고 하는데 한씨 집에서 담그는 어리굴젓이라는 의미다. 광해군 때 영의정을 지낸 한효순의 손자가 서산에 낙향했을 때 그의 부인이 고춧가루로 어리굴젓을 담근데서 연원이 시작됐다. 어리굴젓의 가장 중요한 양념이 고춧가루임을 감안하면 어리굴젓의 역사는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서해안의 작은 굴보다 씨알이 굵은 통영굴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제나 바닷물 속에 담겨 있기 때문에 큰 것인데 3년이 지난 것은 사람의 손바닥만 해진다. 무를 살짝 얹거나 간장에 초를 쳐서 찍어먹는 겨울철 생굴의 맛은 각별하다. 물컹거리는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찌거나 구워 먹는 것이 좋다. 탱탱하고 포실하게 자란 통영굴은 달다.
굴은 전 세계인이 즐겨먹는 패류다. 날것을 먹지 않는 서양인들도 생굴은 먹는다. 일본의 '굴' 메카인 히로시마에는 겨울이면 굴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겨울에 굴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굴은 봄과 여름 사이에 독성을 띠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월 이름 철자에 'R'이 들어가지 않은 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고 한다. 겨울이면 굴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꿈을 꾼다.
/박정배 음식평론가
바다의 우유…아연ㆍ칼슘 등 미네랄 풍부
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각종 미네랄 함량이 높으며 특히 흡수가 잘 되는 칼슘을 다량 함유해 어린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남성에서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인 아연도 풍부하다. 그래서 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정식품으로 통한다. 아연이 부족하면 미각이나 취각에 이상이 온다. 미식가들에겐 생명처럼 소중한 감각들이다. 굴은 흔히 날로 먹는데 이때 레몬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레몬이 굴의 비린내를 없앨 뿐만 아니라 레몬 속에 포함된 구연산이 생굴에 있을 수 있는 세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해수의 온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굴이 비브리오균에 감염될 수 있고 이를 먹으면 비브리오 장염에 걸리며 초기에 치료되지 않으면 비브리오 패혈증이라는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간염환자,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은 당뇨병 환자,고령 노인,여러 질환이나 약물에 의해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굴을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조성제 내과 원장(제주)
서해안의 굴이 씨알이 작은 이유는 썰물 때엔 바깥세상에 노출됐다가 밀물 때에만 바다 속으로 들어가 영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기를 버린 대가로 맛을 얻었다. 굴은 회,굴밥,구이 등으로 먹기에 좋다. 간월암 주변에 굴밥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몇 개 있다. 하지만 어리굴하면 역시 어리굴젓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얼얼한 고춧가루의 맛이 탱탱하고 은근한 단맛 속에 벤 어리굴젓의 상큼한 맛은 따뜻한 밥과 잘 어울린다. 단지 매운 맛이 아니라 매콤하면서 단맛이 돌아야 제대로 된 어리굴젓이다.
어리굴젓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한해( )'라고 하는데 한씨 집에서 담그는 어리굴젓이라는 의미다. 광해군 때 영의정을 지낸 한효순의 손자가 서산에 낙향했을 때 그의 부인이 고춧가루로 어리굴젓을 담근데서 연원이 시작됐다. 어리굴젓의 가장 중요한 양념이 고춧가루임을 감안하면 어리굴젓의 역사는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서해안의 작은 굴보다 씨알이 굵은 통영굴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제나 바닷물 속에 담겨 있기 때문에 큰 것인데 3년이 지난 것은 사람의 손바닥만 해진다. 무를 살짝 얹거나 간장에 초를 쳐서 찍어먹는 겨울철 생굴의 맛은 각별하다. 물컹거리는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찌거나 구워 먹는 것이 좋다. 탱탱하고 포실하게 자란 통영굴은 달다.
굴은 전 세계인이 즐겨먹는 패류다. 날것을 먹지 않는 서양인들도 생굴은 먹는다. 일본의 '굴' 메카인 히로시마에는 겨울이면 굴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겨울에 굴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굴은 봄과 여름 사이에 독성을 띠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월 이름 철자에 'R'이 들어가지 않은 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고 한다. 겨울이면 굴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꿈을 꾼다.
/박정배 음식평론가
바다의 우유…아연ㆍ칼슘 등 미네랄 풍부
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각종 미네랄 함량이 높으며 특히 흡수가 잘 되는 칼슘을 다량 함유해 어린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남성에서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인 아연도 풍부하다. 그래서 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정식품으로 통한다. 아연이 부족하면 미각이나 취각에 이상이 온다. 미식가들에겐 생명처럼 소중한 감각들이다. 굴은 흔히 날로 먹는데 이때 레몬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레몬이 굴의 비린내를 없앨 뿐만 아니라 레몬 속에 포함된 구연산이 생굴에 있을 수 있는 세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해수의 온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굴이 비브리오균에 감염될 수 있고 이를 먹으면 비브리오 장염에 걸리며 초기에 치료되지 않으면 비브리오 패혈증이라는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간염환자,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은 당뇨병 환자,고령 노인,여러 질환이나 약물에 의해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굴을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조성제 내과 원장(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