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2월이다. 투자자들에게 올해는 최악의 한 해였다. 그런 만큼 작게는 투자 손실분을 보전하고,크게는 좀 더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곧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투자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다행인 것은 그런 기대감을 갖게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감지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모기지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점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8000억달러의 지원책을 발표한 이후 모기지 신청건수가 늘면서 모기지 적용금리가 5%대 중반까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예측기관들이 내놓는 실물경기 전망은 비관론 일색이다. 심지어는 성장과 물가가 동시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좀비 국면'을 예측하는 기관까지 나올 정도다. 자산가격 급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와 구조조정 역기능으로 당분간 실물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금융과 실물경기 간의 차별화 현상은 보는 시각에 따라 앞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하나는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주가가 올라 실물경기를 끌어올리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금리인하 등을 계기로 유동성이 풀릴 것이란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오르더라도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때는 금융불안이 다시 찾아오는 경우다.

이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지난 10일 동안 미국 주가가 20% 가까이 급등한 데 대한 해석이 다르다. 전자의 시각대로라면 지금이 바닥인 셈이다. 반면 후자의 시각이라면 앞으로 다우지수가 5000선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한국인은 '미국판 미네르바'라고 부른다. 1970년대 후반 '구루(스승)'로 칭송됐던 로버트 프렉터가 돌아왔다는 설이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실체는 모른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상관없이 논쟁 그 자체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지 사태 이후의 일방적인 비관론에서 벗어나 바닥론이 고개를 드는 것 자체가 이제 상황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지적이다.

가장 빠르게 행동에 나서는 것이 벌처펀드다. 벌처펀드란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독수리에 비유한 펀드를 말한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내적 가치가 견실하면서도 무형의 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한 기업만을 인수·합병(M&A)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되파는 것이 벌처펀드의 전형적인 투자 행태다. 최근 벌처펀드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데는 지금이 바닥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추가적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 시점에서 비관론에 돈을 거는 '마이너스 베팅'을 하는 경제주체보다 벌처펀드가 우리 경제로 봐서는 더 나아 보인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미치는 '외부 불경제(dis-externality)' 행위를 피하고,국가나 옆 사람을 위한 배려가 가장 필요한 시기다. 그것이 위기 해결의 최선책이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