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시름 잊고 위안ㆍ지혜 찾자" … 소설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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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 종합베스트셀러 1~6위 휩쓸어
황석영 '개밥바라기별' 넉달반에 35만부
불황으로 얼어붙은 독자들의 마음 틈새를 '이야기'가 파고들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의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 1~6위를 소설과 산문집이 독식하고 있다. 20위권 안에도 12종이나 포진하고 있다.
황석영씨의 신작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이 넉달 만에 35만부를 넘어섰고 이외수씨의 산문집 <하악하악>(해냄)은 50만부에 육박하고 있다. 신경숙씨의 신작 <엄마를 부탁해>(창비)도 한달 새 8만부를 돌파했다.
깊은 성찰로 화제를 모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숲)와 가수 타블로의 소설집 <당신의 조각들>(달)도 작가의 유명세와 함께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동명의 영화 원작소설인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와 <눈먼 자들의 도시>(해냄)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해외 인기 작가들의 작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1월 셋째주에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열린책들)은 13만부(1.2권 합계)나 팔렸고,기욤 뮈소의 신작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밝은세상)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문학동네),에쿠니 가오리의 <장미 비파 레몬>소담출판사)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 위기로 움츠러든 사람들이 문학에서 위안을 찾으려하기 때문'이라고 출판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관련서를 찾던 독자들이 이제는 불황의 고통을 잊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문학에 손을 내밀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최세라 도서팀장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나 부를 축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서적의 판매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인기 작가들의 소설과 산문이 차지하는 추세"라면서 "개인의 노력으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는 통로로 문학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숙 해냄출판사 편집장도 "앞으로 상황이 개선된다는 희망이 있을 때 자기계발 욕구가 생기는데,그렇지 못하다보니 마음을 다독이는 책에 눈길이 먼저 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출판 트렌드 분석 전문가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경제 위기를 맞은 사람들의 자기위안.자기치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건 역시 '이야기'"라며 "당분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문학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경제가 어려울 때 과거를 돌아보는 복고적 성향 때문에 <개밥바라기별> 같은 성장소설류가 각광받고,< 엄마를 부탁해>처럼 사람들이 공유하는 추억이나 감성을 건드리는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지난해 칙릿 열풍 후 미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추리적 기법을 도입한 소설들이 화제를 모았고 영화.드라마의 원작 소설들이 주목받는 등 영상과 소설의 연관성도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