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탈등 '승자의저주' 발목…세계철강·광산빅딜기회
사내외전문인력확충
포스코 'M&A 드림팀' 뜬다
포스코가 기업 인수·합병(M&A) 전담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탈락하면서 M&A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철강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세계 주요 철강업체와 광산업체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전담팀을 구성하려는 배경이다.

M&A 전담조직 꾸린다

지금까지 포스코의 M&A 업무는 이동희 부사장(CFO)이 맡고 있는 기획재무부문 산하 경영기획실 전략기획그룹에서 담당했다. 그러나 M&A 경험과 네트워크가 부족해 업무 추진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 안팎에서 M&A 장기 전략과 실전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M&A 전담팀 구성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초 전사적인 조직개편 때 이 같은 방안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기존의 전략기획그룹을 M&A 전담팀으로 확대 개편하기 위해 현재 10여명인 M&A 인력을 20여명 정도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우선 사내에서 세 명 가량을 충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M&A 및 자금관리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M&A 전담팀의 결재 단계를 간소화하는 문제도 따져보고 있다. M&A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M&A 전담팀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두산그룹의 M&A 담당 조직인 'CFP팀' 등을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

2000년대 들어 세계 철강시장의 최대 화두는 'M&A'였다. 몸집을 불려 생산량을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광산업체와의 원재료 협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었다. 인도의 미탈그룹이 대표적인 케이스.유럽 철강업계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아르셀로'를 집어 삼켰고 카자흐스탄 등 동유럽 중앙아시아 지역 제철소를 싹쓸이했다.

러시아의 세베르스탈도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 철강업체인 루지 인더스트리스와 이탈리아의 루키니를 매입한 뒤 올 들어서는 미국 중형 제강회사인 에스마크를 약 8억달러에 사들였다. 영국의 철강회사 코러스를 집어삼킨 인도 타타그룹과 미국 오리건 스틸을 인수한 러시아 철강업체 에브라즈도 철강업계의 대표적인 'M&A 승자'였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철강시장이 급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철강 수요가 줄어든데다 M&A 과정에서 조달한 자금 때문에 금융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르셀로미탈은 조만간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시에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중앙아시아에 있는 제철소의 조강생산량을 30~50%가량 줄이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의 세베르스탈도 유럽지역 생산량을 30% 줄이고 미국과 러시아의 일부 생산설비도 폐쇄할 계획이다. 이 밖에 영국의 코러스와 미국의 US스틸도 일부 고로를 멈추기로 결정했다.

◆패자의 축복

반면 그동안 '소극적인 투자'로 비판받았던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벌여 놓은 일이 적으니 타격받을 일도 적다.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는 GS와의 공조 실패로 물을 먹었다. 몇년 전부터 추진했던 베트남과 인도 제철소 건립 계획도 답보상태다. 이런 세 가지 투자가 모두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덕'에 포스코의 자금력은 상대적으로 풍부해졌다. 해외 철강업체들이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는 동안 포스코는 은근히 '패자의 축복'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풍부해진 자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활용할 방침이다. M&A는 이런 전략의 주요 수단이다.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신용등급도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높아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싸다. 최근엔 2000억원가량의 엔화표시 채권 발행에도 성공했다. 철강시장 침체로 광산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도 포스코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철강 및 광산업체들에 대한 M&A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금보유량이 많은 철강업체들을 주목해야 한다"며 "포스코의 경우 풍부한 현금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원료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라고 말했다.

장창민/안재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