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서점유율1위…스포츠마케팅·프리미엄전략주효

삼성전자 휴대폰이 노키아의 텃밭인 유럽 시장을 속속 점령해 나가고 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실적 악화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 프랑스 영국 등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은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고급 터치스크린폰과 카메라폰 등을 내세워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터치스크린폰 '터치위즈(F480)'는 최근 스위스에서 8주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터치위즈는 유럽 휴대폰 시장을 대표하는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판매 순위 3위에 오르며 삼성 돌풍의 주역으로 맹활약 중이다. 지난 5월 유럽시장을 시작으로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약 20개국에서 출시된 터치위즈는 올해 안에 글로벌 판매량이 3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11월 초 기준 휴대폰 판매 톱5 내에 삼성 휴대폰이 4개씩 오르는 위력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들 두 나라에서 이미 노키아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른 상태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삼성은 영국시장에서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지난 5월 2위였던 소니에릭슨을 제친 뒤 9월 초에는 노키아마저 꺾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삼성은 현재 영국시장에서 3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노키아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삼성의 텃밭으로 바뀌었다. 10월 초 기준으로 삼성은 39.7%의 점유율을 보이며 2위 노키아(18.7%)를 큰 차이로 앞서 있다. 아직까지 서유럽 전체 시장에서 삼성 휴대폰은 점유율 22.7%로 노키아(38.8%)에 뒤처져 있지만 갈수록 격차를 줄이고 있다.

노키아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다 삼성의 도전까지 겹쳐 유럽시장 수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급감했고,흔들리지 않던 휴대폰 판매량도 2분기에 비해 500만대(약 3.4%)가량 줄어들었다.

삼성 휴대폰이 유럽시장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데는 현지 유통 채널 장악과 스포츠 마케팅과 같은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급 터치폰과 카메라폰 등을 집중적으로 내놓은 것도 입맛이 까다로운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삼성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영국에서는 프리미어리그 팀인 '첼시'의 스폰서로 활동하며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전략폰이 나올 때마다 현지 공개 행사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일랜드에서 터치위즈를 내놓을 때는 세계 최초로 아일랜드어를 탑재하기도 했다"며 "삼성전자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기반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 유럽 전체 시장에서 노키아와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