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극복 3대 전략] (2) 충분한 지원 … 필요량의 2배 쏟아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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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불신이 시장을 지배할 때는 적절한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상식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파격과 충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제 나름의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봤자 충분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라면 그 어떤 대책이든 시장의 공포 앞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만다. 우리가 숱한 위기를 거치면서 건져 올린 역사의 교훈이다. 감히 의심을 품을 수 없을 정도로 차고 넘치는 '파격적 충분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곱하기 2(x2)' 원칙을 거론한다. 시장이 충분하다고 여기는 대응책에 '플러스 알파(+α)'를 보태는 정도가 아니라 단숨에 그 두 배를 쏟아 부으라는 얘기다. 만약 경기 연착륙을 도모하는 데 일반적인 전망을 바탕으로는 100조원이 필요하고,최악의 경우 200조원이 투입돼야 한다면 200조원의 두 배인 400조원짜리 경기 부양 대책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곱하기 2' 원칙의 타당성은 실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는 64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했다. 이 돈이면 금융권의 부실을 도려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금융권의 허약한 체질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로 1999년 또 다시 대우계열사 부도를 맞았다. 6개 구조조정 대상은행 및 서울보증보험 한투증권 대투증권 등이 또 다시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40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조금만 더,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공적자금은 168조3000억원(지급이자 45조원 별도)까지 불어났다.
정부와 국회가 '최소비용의 원칙(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13조)'에서 탈피해 처음부터 64조원의 두 배인 128조원을 동원한 '파격적 충분성'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실제 사용액은 그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이 시장에 '또 뭐가 나오겠지'라는 기대만 형성하고 마는 것이면 곤란하다"며 "결국 '나올 건 다 나왔다'고 여겨지는 순간부터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케이스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으로 7000억달러를 마련해 집행했지만,금융권의 추가 부실이 불거지면서 지난 25일 또 다시 800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경기 부양을 위해 역내 국내총생산(GDP)의 1.2% 규모인 2000억유로 규모의 재정 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했다가 되레 주가가 폭락하고 시장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결국 EU도 지출 규모를 GDP의 3%까지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곱하기 2' 원칙을 지금 당장 적용해야 하는 것은 재정 지출이다. 수정예산안에서 추가로 쓰기로 한 재정지출 10조원을 20조원으로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에 대한 자본확충도 마찬가지다. '파격적 충분성'을 보여줘서 국내외 그 어떤 경제전문가도 한국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금리 결정이나 유동성 조절도 마찬가지다. 금리 0.5%포인트 인하가 시장기대치가 되고 있으면 1%포인트나 1.5%포인트까지 만지작거려야 한다. 10조원을 푸는 게 적절하다면 20조원 투입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위기상황에선 시장의 예측범위 내에서 나오는 대책들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데 이어 0.25%포인트로 인하폭을 줄여나갔는데 이런 식의 조정은 '한은이 금리인하를 두려워 한다'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줄 뿐"이라며 "경기 침체와 유동성 부족에 대한 시장의 염려를 해소하려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예상을 뛰어 넘는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식/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전문가들은 '곱하기 2(x2)' 원칙을 거론한다. 시장이 충분하다고 여기는 대응책에 '플러스 알파(+α)'를 보태는 정도가 아니라 단숨에 그 두 배를 쏟아 부으라는 얘기다. 만약 경기 연착륙을 도모하는 데 일반적인 전망을 바탕으로는 100조원이 필요하고,최악의 경우 200조원이 투입돼야 한다면 200조원의 두 배인 400조원짜리 경기 부양 대책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곱하기 2' 원칙의 타당성은 실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는 64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했다. 이 돈이면 금융권의 부실을 도려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금융권의 허약한 체질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로 1999년 또 다시 대우계열사 부도를 맞았다. 6개 구조조정 대상은행 및 서울보증보험 한투증권 대투증권 등이 또 다시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40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조금만 더,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공적자금은 168조3000억원(지급이자 45조원 별도)까지 불어났다.
정부와 국회가 '최소비용의 원칙(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13조)'에서 탈피해 처음부터 64조원의 두 배인 128조원을 동원한 '파격적 충분성'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실제 사용액은 그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이 시장에 '또 뭐가 나오겠지'라는 기대만 형성하고 마는 것이면 곤란하다"며 "결국 '나올 건 다 나왔다'고 여겨지는 순간부터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케이스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으로 7000억달러를 마련해 집행했지만,금융권의 추가 부실이 불거지면서 지난 25일 또 다시 800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경기 부양을 위해 역내 국내총생산(GDP)의 1.2% 규모인 2000억유로 규모의 재정 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했다가 되레 주가가 폭락하고 시장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결국 EU도 지출 규모를 GDP의 3%까지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곱하기 2' 원칙을 지금 당장 적용해야 하는 것은 재정 지출이다. 수정예산안에서 추가로 쓰기로 한 재정지출 10조원을 20조원으로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에 대한 자본확충도 마찬가지다. '파격적 충분성'을 보여줘서 국내외 그 어떤 경제전문가도 한국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금리 결정이나 유동성 조절도 마찬가지다. 금리 0.5%포인트 인하가 시장기대치가 되고 있으면 1%포인트나 1.5%포인트까지 만지작거려야 한다. 10조원을 푸는 게 적절하다면 20조원 투입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위기상황에선 시장의 예측범위 내에서 나오는 대책들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데 이어 0.25%포인트로 인하폭을 줄여나갔는데 이런 식의 조정은 '한은이 금리인하를 두려워 한다'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줄 뿐"이라며 "경기 침체와 유동성 부족에 대한 시장의 염려를 해소하려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예상을 뛰어 넘는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식/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