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도전과 성공의 '무역 60년' 친환경이 미래시장 선점 조건

1948년 2월,자그마한 화물선 한 척이 부산항을 떠나 홍콩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넘겨받은 '앵도호'라는 이름의 낡은 이 배가 태극기를 단 최초의 해외무역선이었고,여기에는 건어물과 한천이 가득 실려 있었다. 광복 이후 처음 우리 힘으로 우리 상품을 수출하기 시작한 '작지만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수출의 역사를 보면 우리 경제의 발전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1948년 우리 수출은 2200만달러로 세계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수출입국'의 기치 아래 정부와 기업,국민이 똘똘 뭉쳐 노력한 끝에 1964년에 1억달러,1977년에 100억달러,그리고 1986년에는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수출 5000억달러를 바라보는 세계 11위의 무역강국이 됐다.

수출 주력품목도 크게 변했다. 광물,농수산물 같은 1차상품에서 섬유,합판 등으로 그리고 반도체,휴대폰,자동차와 같은 첨단제품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가발이 수출의 10%를 차지했고 다람쥐나 메뚜기까지 수출했다는 대목에서는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지나온 무역 60년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도전의 역사이고 성공의 역사다. 세계 곳곳을 거침없이 누볐던 우리 기업인들,그리고 산업현장에서 밤낮없이 일한 우리 근로자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감동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11월30일은 마흔다섯 번째 '무역의 날'이었다. 지나온 60년,우리 무역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힘찬 견인차가 돼 왔듯이 앞으로 열어갈 선진 일류국가의 희망 또한 무역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새로운 무역 60년을 준비해가는 노력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손잡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주력산업을 만들어가야 한다.

해외시장에서 한발 앞서가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가 꼭 필요하다. 경제가 위기라고 개방의 문을 닫아서는 새로운 기회의 문조차 걸어잠그는 모양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EU 등 선진경제는 물론이고,중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과의 FTA를 적극 추진해 경쟁국보다 먼저 주요 거대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운 수출 주력산업과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어제의 주력산업만으로는 앞으로의 60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이는 한편,미래의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투자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녹색성장'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자원고갈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이슈들에 맞서 친환경적인 기술과 제품,그린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역량이 국가와 기업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면서 그 대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나라는 이에 대한 대비가 더욱 절실하다.

이러한 녹색경쟁 시대를 맞아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의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녹색기술과 산업에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나가고,친환경ㆍ고효율의 신성장동력 산업도 적극 육성해 나갈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남들이 어려워 할 때 한발 앞서 이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새로운 시장과 경쟁력으로 보답 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코엑스에서는 한국 무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한국 무역 60년사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시대별 주력산업의 변천을 통해 우리 무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해 주는 좋은 자리다. 건국 60년에 맞는 무역의 날이 희망의 무역 60년을 열어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