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과 세제,분양권 전매,담보대출 등 부동산시장을 꽁꽁 묶었던 규제를 풀고 있지만 시장은 반등 기미는커녕 거래마저 실종됐다.

오히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위축으로 주택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대책 발표에도 집값 하락세 가팔라져

30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0년 1월 아파트 가격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3.5배인 358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321로 떨어졌다. 2년여 전인 2006년 9월(322)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한 올 9월부터 지난달까지 14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16개월 동안 하락한 수치와 비슷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도 지난 6월 291까지 올랐다가 지난달에는 지난해 8월 수준인 279로 내려앉았다.
[5대 경제지표 긴급점검] ① 내년 부동산 시장…"5~20% 더 떨어진후 2010년이후 회복"
특히 정부의 규제 완화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핵심 규제인 용적률을 완화하는 '11.3 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첫째주에 7개월 만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는 듯 했다. 그러나 둘째주에 다시 0.24% 내린데 이어 셋째주(―0.54%)와 넷째주(―0.75%)에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바닥 드러날 듯"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부동산 시장의 바닥이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국내 금융사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5명이 2010년 이후에 부동산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3명은 내년 4분기,2명은 내년 3분기를 점쳤다. 내년 상반기로 전망한 CEO는 한 명도 없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가계 자산의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며 "내년 이후에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국내 부동산 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와도 비슷하다. '부동산 시장이 빨라야 2010년 이후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이 66.7%에 달했으며 내년에 회복될 것이라는 대답은 33.3%에 그쳤다.
[5대 경제지표 긴급점검] ① 내년 부동산 시장…"5~20% 더 떨어진후 2010년이후 회복"
내년 상반기를 회복시기로 점치는 소수 의견도 있다. '39세 100억 젊은 부자'의 저자인 이진우 한국무역경제연구소 소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가 빨리 회복됐다"며 "내년 6월이면 부동산 시장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5~20% 추가 하락…'대폭락' 전망도

집값은 얼마나 더 떨어질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지역별로 5~20%가량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영업본부 부동산팀장은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전이되는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며 "서울은 평균 15%,강남은 20%가량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명숙 지지옥션 사장도 "내년 하반기까지 서울은 5%,강남은 1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대폭락 가능성을 전망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의 저자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국 집값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며 "향후 10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격 기준으로 반토막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 근거 중 하나로 최근 10년간 세계 각국의 명목주택가격 변화율을 들었다.

이코노미스트 2008년 5월호와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를 토대로 김광수경제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은 1997년부터 올초까지 202%,미국은 94%,스위스는 19% 오른데 비해 한국은 200% 상승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 집값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국민은행 부동산시세 통계에 따르면 1995년의 명목주택가격지수를 1로 했을 때 10년 후인 2005년 전국 지수는 1.3,많이 올랐다는 강남도 1.8에 불과하다"며 "소득 상승을 고려하면 강남 집값은 실질적으로 10% 오른 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집값은 강남 지역의 최근 수년간 명목집값 급상승으로 인해 거품처럼 보일 뿐 전체적으로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