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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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상 주요 사건들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배후에 거의 언제나 세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로마제국은 적절한 조세 감면제도와 효율적인 세금징수 시스템으로 강대국이 됐다. 그러나 말기에는 세금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재정부족을 불러왔고 이것이 군대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결국 몰락했다. 프랑스 대혁명의 이면에는 불평등한 세제가 있었고 나폴레옹 전쟁, 미국의 독립, 제 1,2차 세계대전 등도 직ㆍ간접적으로 모두 세금 문제와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는 대형 사건들이다.
세금은 이처럼 본질적으로 매우 정치적인 것이고 그 결과 세계 정치ㆍ경제사의 흐름을 바꾸는데 세금만큼 큰 역할을 해왔던 게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컴퓨터의 발명도 세금과 관련돼 있다. 프랑스의 수학자,물리학자 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세무서장인 아버지의 세금 계산을 돕기 위해 1643년 계산기를 발명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컴퓨터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세금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럼 우리는 세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연말정산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세금에 무관심한 월급쟁이들이 그나마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이맘때다. 연말정산이 끝나면 각 직장에는 매년 재미난 풍속도가 반복된다. 세금을 환급 받은 이들은 공돈이라도 생긴 양 싱글벙글하지만 세금을 더 토해내게 된 사람들의 표정은 시무룩하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들의 반응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금세 알 수가 있다. 환급을 받았다는 것은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국세청이 거둬 갔다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돌려준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무이자로 말이다. 반대로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은 국세청에 고마워 해야 한다. 세금 부족분에 대해 연체료도 안내고 늦게 내는 기간중 이자비용만큼 이득인 까닭이다.
이런 착각은 대충 세금을 걷을 테니 납세자가 스스로 관련 서류를 챙겨서 환급 받으라는 식의 징세편의 때문이다. 연말정산 때 눈에 불을 켜고 모든 공제를 다 받아야 하는 것도 다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연말정산부터 세금을 더 내게 된 사람이 환급 받은 동료에게 한턱 내는 신 풍속도가 생길 수 있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로마제국은 적절한 조세 감면제도와 효율적인 세금징수 시스템으로 강대국이 됐다. 그러나 말기에는 세금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재정부족을 불러왔고 이것이 군대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결국 몰락했다. 프랑스 대혁명의 이면에는 불평등한 세제가 있었고 나폴레옹 전쟁, 미국의 독립, 제 1,2차 세계대전 등도 직ㆍ간접적으로 모두 세금 문제와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는 대형 사건들이다.
세금은 이처럼 본질적으로 매우 정치적인 것이고 그 결과 세계 정치ㆍ경제사의 흐름을 바꾸는데 세금만큼 큰 역할을 해왔던 게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컴퓨터의 발명도 세금과 관련돼 있다. 프랑스의 수학자,물리학자 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세무서장인 아버지의 세금 계산을 돕기 위해 1643년 계산기를 발명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컴퓨터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세금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럼 우리는 세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연말정산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세금에 무관심한 월급쟁이들이 그나마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이맘때다. 연말정산이 끝나면 각 직장에는 매년 재미난 풍속도가 반복된다. 세금을 환급 받은 이들은 공돈이라도 생긴 양 싱글벙글하지만 세금을 더 토해내게 된 사람들의 표정은 시무룩하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들의 반응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금세 알 수가 있다. 환급을 받았다는 것은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국세청이 거둬 갔다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돌려준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무이자로 말이다. 반대로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은 국세청에 고마워 해야 한다. 세금 부족분에 대해 연체료도 안내고 늦게 내는 기간중 이자비용만큼 이득인 까닭이다.
이런 착각은 대충 세금을 걷을 테니 납세자가 스스로 관련 서류를 챙겨서 환급 받으라는 식의 징세편의 때문이다. 연말정산 때 눈에 불을 켜고 모든 공제를 다 받아야 하는 것도 다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연말정산부터 세금을 더 내게 된 사람이 환급 받은 동료에게 한턱 내는 신 풍속도가 생길 수 있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