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새해 예산안 심의(審議)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런 사태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정부 대책이 먼저 제시되지 않을 경우 계수조정소위에 불참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는 민주당이 불참하더라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강행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는 기대해 볼 수가 없게 됐다.

예산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할 경우 대규모 국책사업 등에 대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여러가지 행정적인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더욱이 우리 경제에 몰아닥친 난국(難局) 극복을 위한 국력의 총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예산안 및 관련법안 심의라는 본연의 업무마저 방기하고 있는 정당,특히 야당의 행태는 그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달라진 경제상황을 반영해 예산안에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도출해내는 게 순리다.

그런 점에서 또 다시 수정예산을 제출하라는 야당 주장은 억지다. 예산안 심의를 안하겠다는 것은 국정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대안도 없이 정부 여당을 비판만 하는 야당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웬만한 것은 정부와 여당에 협조하고 큰 것을 가지고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脈絡)이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부터라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나라살림에 필요한 예산조차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산적한 민생경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