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A씨(29)는 프랑스 파리의 패션 경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매주 작성하고 있다. 파리의 패션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 검색으로 얻는다. 한국어로 검색을 하면 프랑스어 웹 문서가 한글로 자동 번역돼 프랑스어에 서툰 A씨는 불편을 느껴본 적이 없다.

중요한 패션쇼 정보를 얻게 되면 파리로 출장을 가기도 한다. A씨는 파리에서 렌터카를 주로 이용한다. 렌터카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이 프랑스어를 사용하지만 걱정이 없다. 미리 준비해간 자동 통역기를 연결하면 한국어로 번역된 길안내 정보를 볼 수 있어서다. 내비게이션을 향해 한국말로 패션쇼가 열리는 장소를 말했더니 내비게이션이 길안내를 해준다.

음성 및 언어 인식 기술의 발전으로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모습이다.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음성 인식이나 자동번역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어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한 국내 IT 업체들도 한국어 기반의 음성 및 언어 인식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어로 궁금한 사항이나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프랑스어나 영어 등으로 된 문서나 각종 정보를 찾아주는 다국어 웹 검색 기술,프랑스어나 영어로 된 문서를 한국어 문서로 바꿔주는 자동 번역 기술,외국어로 작동되는 내비게이션에 한국어로 목적지를 말하면 길안내를 받을 수 있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프랑스 등 외국에 나갔을 때 현지인과 한국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자동 통역 기술도 개발 중이다.

다국어 웹 검색 기술과 자동 번역 기술이 상용화되면 다양한 언어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국어로 검색해 볼 수 있어 인터넷에서의 언어 장벽이 사라진다. 언어 장벽 때문에 발생하는 정보 격차도 크게 줄어들어 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 문화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음성 인식 기술은 키보드와 마우스로 대표되는 기존 디지털기기 사용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음성 인식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다국어 음성을 인식하고 이를 자동 번역해주는 기술도 조만간 상용화될 전망이다. 음성인식 기술은 로봇 산업과 같은 다양한 IT 분야에서 꼭 필요한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영어 일본어 등으로 만들어진 웹 문서를 자동 번역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언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머잖았다는 얘기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도움말=허정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식마이닝연구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