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10조 채권안정펀드 ‥ 금융권, 지준율 인하 등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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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안정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금융회사들과 이를 관리감독하는 금융 당국이 정면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 보험 등 금융사들은 정부 보증이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조치를 금융 당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이를 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당국이 정책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출자 자체를 보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의 자금부장들은 최근 잇따라 모임을 갖고 각 금융권 및 금융회사별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액을 확정했다. 은행 8조원(산업은행 2조원 포함),보험 1조5000억원,증권 5000억원 등이 배정됐다.
은행들은 지난 9월 말 기준 자산 규모(신탁계정 제외)를 기준으로 출자액을 배정했다. 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 4800억원,대한생명 1900억원,교보생명 1800억원 등으로 출자액이 정해졌다.
금융회사들은 일단 이달 중 5조원을 내고 내년 1월께 5조원을 더 내 총 10조원으로 펀드를 운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당국이 금융권 애로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2차 출자분 5조원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금융 당국에 요청한 지원책은 크게 세 가지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편입하는 회사채나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등에 대해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100% 보증하거나 부실해질 경우 정부가 바이백(환매)해 줄 것 △한은이 수시입출금식예금에 대해선 지준율을 현재 7%에서 2006년 말 이전 수준인 5%로 다시 낮춰줄 것 △한은의 지원 방식을 국고채 통안채 등의 단순매입에서 RP(환매조건부채권) 방식으로 바꾸고 매입 대상을 회사채 등으로 확대해 줄 것 등이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보 등의 100% 지급보증이나 바이백 요구에 대해 "회사채 가격 하락이나 부실화 등의 위험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라는 요구는 과도하며 국민 부담을 키우는 것"이라며 "이런 요구를 수용하면 금융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은도 지준율 인하에 난색을 표시하고 나섰다. 한은 관계자는 "지준율을 낮추면 콜금리가 기준금리(4%) 이하로 떨어지는데 한은으로선 다시 통안증권을 발행해 콜금리를 4% 수준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며 "은행 수지는 개선되겠지만 한은으로선 통안채 이자를 더 물어야 해 은행 좋은 일만 시켜주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매입 대상 유가증권을 회사채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은은 다만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는 지원 방식 변경만 긍정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금융회사들이 원한다면 국고채 통안채의 단순매입에서 RP 방식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금융 당국의 입장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준동/주용석/정재형 기자 jdpower@hankyung.com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의 자금부장들은 최근 잇따라 모임을 갖고 각 금융권 및 금융회사별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액을 확정했다. 은행 8조원(산업은행 2조원 포함),보험 1조5000억원,증권 5000억원 등이 배정됐다.
은행들은 지난 9월 말 기준 자산 규모(신탁계정 제외)를 기준으로 출자액을 배정했다. 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 4800억원,대한생명 1900억원,교보생명 1800억원 등으로 출자액이 정해졌다.
금융회사들은 일단 이달 중 5조원을 내고 내년 1월께 5조원을 더 내 총 10조원으로 펀드를 운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당국이 금융권 애로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2차 출자분 5조원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금융 당국에 요청한 지원책은 크게 세 가지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편입하는 회사채나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등에 대해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100% 보증하거나 부실해질 경우 정부가 바이백(환매)해 줄 것 △한은이 수시입출금식예금에 대해선 지준율을 현재 7%에서 2006년 말 이전 수준인 5%로 다시 낮춰줄 것 △한은의 지원 방식을 국고채 통안채 등의 단순매입에서 RP(환매조건부채권) 방식으로 바꾸고 매입 대상을 회사채 등으로 확대해 줄 것 등이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보 등의 100% 지급보증이나 바이백 요구에 대해 "회사채 가격 하락이나 부실화 등의 위험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라는 요구는 과도하며 국민 부담을 키우는 것"이라며 "이런 요구를 수용하면 금융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은도 지준율 인하에 난색을 표시하고 나섰다. 한은 관계자는 "지준율을 낮추면 콜금리가 기준금리(4%) 이하로 떨어지는데 한은으로선 다시 통안증권을 발행해 콜금리를 4% 수준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며 "은행 수지는 개선되겠지만 한은으로선 통안채 이자를 더 물어야 해 은행 좋은 일만 시켜주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매입 대상 유가증권을 회사채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은은 다만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는 지원 방식 변경만 긍정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금융회사들이 원한다면 국고채 통안채의 단순매입에서 RP 방식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금융 당국의 입장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준동/주용석/정재형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