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급락 후폭풍…국내 M&A시장 급속 냉각

동국제강쌍용건설 인수를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 7월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지 5개월 만이다. 본계약 단계에서 대기업 간 인수ㆍ합병(M&A)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과 인수자금 조달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1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키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 5000억원 가까이 들여 쌍용건설을 사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이어 "이미 지불한 입찰보증금 240억원은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작은 돈은 아니지만 기회와 비용을 잘 따져보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수천억원의 손해보다 낫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 측에 2일 이 같은 입장을 통보할 예정"이라며 "자산관리공사가 변화된 시장 여건을 반영해 가격을 충분히 낮춰주지 않으면 추가 협상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쌍용건설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건설업을 포함한 실물경기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본입찰 당시 제안한 주당 가격은 3만1000원으로 총 인수금액은 4620억원이었다. 하지만 동국제강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7월11일 주가가 2만1000원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은 6650원까지 급락했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인수가격 협상 마감 시한을 세 번이나 연기하면서 큰 폭의 인수가격 할인을 요구했지만,자산관리공사 측은 이를 거부해왔다. 정부를 대행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가 5% 이상의 할인율을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시공능력 평가 순위 13위인 쌍용건설 매각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금호생명 유진투자증권 대경기계 동부메탈 등 수많은 기업 매물들이 쌓여 있는 국내 M&A 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파가 예상된다. CDL코리아로부터 힐튼호텔을 580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던 강호AMC도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잔금 납부를 포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