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은행 명동지점 직원 20여명이 최근 B은행의 신용카드를 한 장씩 만들었다. B은행 직원들도 A은행 카드를 한 장씩 발급받는 맞교환 형식이었다.

이 같은 '거래'를 중개한 A은행 직원은 "지점별로 카드 할당량이 떨어지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고객들만을 상대로 할당받은 분량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같은 지역에 근무하는 은행원들끼리 잘 아는 경우가 많아 은행 간 실적교환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전했다.

은행원들이 서로 서로 상품에 가입해주는 '품앗이'는 지점 내 차장이나 부지점장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나 보험의 경우 가입액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출혈'이 덜한 카드 실적교환이 일반적이다. 은행은 다른 금융업에 비해 상고 출신이 많은데,이들이 같은 학교 선후배끼리 상부상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한 30대 초반의 은행원은 "지점에 있다보면 직장 상사들이 다른 은행 상품에 가입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며 "입행 초기에는 이에 대해 의아해했으나 지금은 익숙해졌고 각 은행별로 안 갖고 있는 카드가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급받은 카드는 사용하지 않고 1년 후 해지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는 은행원들 간 카드발급 거래를 중개해주는 카페까지 등장했다. 계약직 은행원들의 모임인 한 인터넷카페 게시판에는 '카드 교환''카드 공유'라는 제목의 글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 카페에 글을 올린 한 계약직 은행원은 "사람들의 사연을 보다보면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동병상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