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천세양건설이 부도를 내면서 故 정주영 현대명예회장 그림자이던 김윤규 아천 회장의 재기 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샤인시스템의 계열사인 아천세양건설(시공능력평가 158위)은 지난달 28일 신한은행에 돌아온 약 20억원 상당의 어음 만기금액을 입금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으며 이날부터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따라 아천세양건설을 발판으로 대북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던 김 회장의 목표 추구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김 회장은 아들인 김진오씨가 최대주주인 샤인시스템을 통해 올해 1월 아천세양건설을 인수한 후 민간주택 사업과 대북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아천세양건설을 인수하자 지난 8월 신림동 옛 신림극장 부지에 '아르비채 오피스텔'을 선보이며 건설업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아천세양건설을 발판으로 북한의 평양건설 및 남강건설과 해외에 공동 회사를 만들어 북한의 건설 근로자 5만명으로 외국으로 송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아천세양건설의 부도로 김 회장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대북 건설 사업 진출이 상당 부분 타격을 받게 됐으며 자신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김윤규 회장측은 "아천세양건설 부도로 건설 부문은 힘들게 됐지만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아천글로벌은 아천세양건설과 전혀 별개의 회사라 모래채취 사업 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천글로벌은 김 회장이 2005년 10월 개인비리 혐의로 현대아산을 떠난 뒤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위해 지난 2006년 만든 회사로 현대아산이 하지 않는 모래 채취 등 틈새 시장을 개척해왔다.

김 회장은 아천글로벌을 통해 북한산 농수산물 유통사업과 북한지역 동해 모래 반입 사업을 벌여왔으나, 지난 9월 북한 장전항 해역에서 남측 모래운반선이 북측 어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사고 수습에 애를 먹기도 했다.

아천글로벌 관계자는 "아천세양건설과 아천글로벌은 지분 관계가 없고 보증 관계도 없다"면서 "대북 사업은 아천글로벌이 주도하며 모래사업 등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북 건설 관련 부분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천세양건설 부도로 아파트 등 계약자 입주지연 등의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아천세양건설이 시행중인 아파트 사업은 경북 구미시 상모동 세양청마루 프리메라(710가구), 강동구 성내동 세양청마루(66가구) 등 2개 사업지 776가구다.
주택보증은 아천세양건설의 법정관리 여부에 따라 아파트는 분양보증 절차에 아천세양이 공사를 재개하거나 다른 시공사를 선정해 입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주택보증의 분양보증 대상이 아니어서 계약자들의 재산상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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