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화의에 들어갔던 주방기구업체 셰프라인이 주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의 매각(M&A) 주선으로 10년 만에 부채가 한푼도 없는 클린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달 28일 법원의 최종 인가를 받아 셰프라인을 82억4000만원에 대성쿡웨어에 넘기는 M&A를 끝냈다. 이 대금으로 50억원가량의 채권을 모두 변제받게 됐다. 셰프라인은 직원들의 체불 임금은 물론 각종 세금과 채무를 모두 갚는 등 회생하게 됐다.

셰프라인은 1977년 창업돼 주방기구 업계에서 1,2위를 다퉈온 업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쓰러지면서 1998년 회의에 들어갔다.

화의란 기업의 파산을 방지하기 위해 채무자와 채권자가 채무 변제 시기와 금액,이율 등을 조정하는 합의 내지 계약을 말한다. 그러나 당시 채권단이 원금 일부 탕감 등 채무조정에 반대하면서 과도한 빚 부담으로 이익을 내지 못해 2005년 상장이 폐지되기도 했다. 금융 거래는 대부분 끊겼다. 임금도 못 주고 화의 조건도 이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채권단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방영민 사장이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취임하면서 셰프라인에는 새 길이 열렸다. 친기업적인 생각으로 회생 방안을 모색키로 방향을 튼 것이다. 배동화 서울보증보험 상무는 "셰프라인을 정리해봐야 채권을 모두 회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이런 판단에 따라 회생을 위해 M&A를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 8월 결국 새 주인을 찾았고 지난달 28일 법원의 최종 인가를 받은 것이다. 이에 앞서 6월에는 셰프라인 주방용품 판매를 위한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는 등 제품 판매도 적극 지원했다.

셰프라인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이 무리한 채권 회수보다 M&A 주선 등 다양한 지원을 해줘 기업 회생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사례가 기업 회생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