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행이다! 뱃살이 2㎝나 줄어 84㎝가 됐네."

일본 지바시에 사는 후지이 노리다카씨(50)는 툭 튀어 나온 뱃살에 얇은 팔 다리를 휘저으며 화장실에서 뛰쳐 나왔다. 그의 손엔 줄자가 아닌 '야세로'(살빼라)라고 부르는 화장지가 들려 있다. 그는 "화장지에 1㎝ 간격으로 눈금이 있어 화장실에서 남들 모르게 허리둘레를 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종 차별보다 '비만 차별'이 더 무섭다는 일본에서는 요즘 '메타볼릭 신드롬'(metabolic syndromeㆍ내장지방 증후군) 열풍이 거세다. 과도한 뱃살을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한 일본 후생성이 지난해부터 '대국민 탈(脫)메타볼릭' 캠페인을 선포,일명 '가라다데부(몸꽝) 없애기' 운동에 적극 나섰기 때문.40대 이상 성인들의 종합 건강진단 항목에는 '내장지방형 비만측정'이 추가됐고,허리둘레가 남성 85㎝(33.5인치),여성 90㎝(35.4인치) 이상이면 내장지방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 덕에 ET형 몸매의 '메타보족(メタボ族)'을 겨냥한 상품이 봇물을 이룬다. 속옷업체 와코루는 뱃살이 빠지는 남성용 교정 속옷 '크로스 워커'(5000엔ㆍ약 7만8000원)를 최근 내놓아 두 달간 20만장을 팔아치웠다. 속옷 허벅지 부위에 'X자 형태의 크로스 구조'를 넣어 걸을 때 허벅지 앞근육 자극이 복부로 전달돼 보폭을 크게 할수록 체지방이 연소되는 원리다.

도쿄 신주쿠의 간이 메타보 매장 '다이어트 엔드'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러닝머신에서 10분 뛰는 데 500엔(약 7800원)이나 들지만 열량 소모가 일반 러닝머신보다 20%가량 높다. 이 밖에 일본 아나여행사는 3박4일간 홋카이도 탄광에서 석탄 채굴 체험,암반 타기 등을 통해 다이어트 하는 '메타보 투어' 상품까지 선보였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