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내리는 이유는…
작년말 이미 경기침체 진입…유동성 확충 나서
인플레 우려 줄고 성장률 둔화에 각국 잇단 처방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일 현재 연 1.0%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시사함에 따라 미국도 일본에 이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시장에선 오는 15,16일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대 0.5%포인트의 금리인하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0)'로 내리는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실업률 증가와 마이너스 성장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최악의 경기 상황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이날 미국이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각종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2001년 경기침체 이후 73개월간 지속된 경기확장 국면이 작년 12월 끝나고 경기후퇴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침체는 1년 가까이 지속됐기 때문에 1982년 이후 최장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경기침체가 24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평균 경기침체 지속 기간은 10개월이었다.

통상 경기침체는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감소했을 때를 말하지만 NBER는 GDP 외에 일자리와 산업생산,판매,소득 동향 등을 감안해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된 경우를 경기침체로 규정하고 있다. 아직 2분기 연속 GDP 감소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일자리가 올해 120만개나 사라지는 등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이 경기침체를 공식화한 주된 이유가 됐다. 3분기 소비지출이 1980년 이후 최대인 3.7% 감소한 점도 반영됐다.

전반적인 수요 위축으로 미국 제조업 상황도 26년6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이날 11월 제조업지수가 36.2로 떨어져 198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금리인하 효과는 미지수

미국 외에 유럽과 아시아 등 각국이 금리인하 도미노에 뛰어든 것은 원유 등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된 가운데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마이너스 성장시대를 맞고 있고,신흥국들도 수출 감소로 성장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곤두박질치는 경기를 지탱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우선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과감한 금리인하다. 여기에 더해 미 FRB는 은행 등을 거치지 않고 시장에서 직접 장기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디레버리지(차입 감축) 현상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시장에 유동성만 공급하는 것만으로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FRB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수요를 유발시킬 수 있는 재정투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이사는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가 감소한 만큼을 보전해줄 수 있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 민주당이 내년 1월20일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5000억달러 규모의 2차 경기부양법안을 하원에서 처리키로 방침을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욕=이익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