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인 휴람알앤씨가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정만현씨는 휴람알앤씨 주식 1472만1619주(지분율 34.41%)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유중이다. 전일 이 회사 주식 1244만9220주(29.10%)를 장내에서 신규 매수했다고 보고한 이후 하루만에 지분 5.31%를 추가로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씨는 휴람알앤씨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정씨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 모았다. 이 때문에 휴람알앤씨 주가는 최근 8거래일 동안 5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2배 가량 폭등했다.

정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시공의 권모 변호사는 "정씨가 지난주 말 찾아와 휴람알앤씨의 적대적 M&A를 준비중이라고 밝히고 관련 소송 준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M&A 추진 이유에 대해 권 변호사는 "정씨가 휴람알앤씨의 자회사인 우원이알디의 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토공사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는 우원알앤디는 작년 매출 984억원과 당기순이익 75억원 기록한 흑자 기업이다.

휴람알앤씨는 지난 7월 우원이알디를 이 회사의 최대주주 김기원 회장에게서 인수했다. 당시 우원알앤디 지분 51%에 대한 매매가액은 498억원이었다.

휴람알앤씨는 우원알앤디를 인수하면서 동시에 김 회장에게 신주 1333만여주(31.16%)를 배정하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김 회장은 휴람알앤씨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우원알앤디가 휴람알앤씨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전형적인 우회상장이다.

휴람알앤씨의 새 최대주주가 된 정씨는 향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회사의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과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를 법원에 접수할 예정이다. 회사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한편, 경영진을 압박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 회사가 진행중인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참여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람알앤씨는 최근 신주 5400만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나 청약률이 22%에 머무르자 실권이 난 4200만여주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키로 했다. 청약일은 오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이다.

적대적 M&A의 표적이 된 휴람알앤씨측은 순식간에 상황이 발생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씨측에서 아직 아무런 통보가 없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끌어 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씨의 적대적 M&A 선언이 잘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 M&A 전문가는 "적대적 M&A의 목표가 되는 회사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거나 지분이 분산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라며 "휴람알앤씨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데다 지분이 분산돼 있지도 않아 M&A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휴람알앤씨의 최대주주인 김기원 회장은 현재 지난 7월 유상증자로 받은 1333만여주를 고스란히 보유중이다. 또 우호지분으로 추정되는 송근웅씨도 회사 주식을 442만여주(10.34%)나 갖고 있다.

이 전문가는 "정씨가 휴람알앤씨의 인수자금으로 쓴 112억여원도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모은 돈인 만큼 M&A가 실패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인수자금을 지인들로부터 연 9%의 이자로 차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휴람알앤씨는 이날 오후 1시 25분 현재 최근 8일간의 급등세를 마감하고 전날보다 30원(2.83%) 하락한 10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