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빵.과소비의 유혹

은퇴 이후의 삶에 대비한 재무설계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투자를 해서 돈을 모은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20~30년 후 과연 얼마의 돈을 갖고 있어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은퇴 준비를 위한 재무설계를 할 때는 다른 목적으로 투자할 때보다 더욱 보수적인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후 재무설계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위험 요인과 그에 대비한 행동 지침을 알아보자.

우선 예상보다 오래 살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의료기술과 생명공학이 날로 발전하면서 인간 수명은 앞으로도 점점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보험 상품이 80세까지 질병 및 사고에 대한 보장을 해 줬지만 요즘에는 그 기한이 100세까지로 늘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은퇴 시기는 자꾸 앞당겨지는데 수명은 점점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은퇴 준비 자금을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쌓아 둘 필요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야 한다. 물가가 연 4%씩 20년간 꾸준히 오를 경우 금융자산의 실질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진다. 은퇴 준비자금의 수익률은 최소한 물가상승률보다는 높게 유지돼야 한다.

'몰빵'은 은퇴 준비자금을 마련하는 경우에도 금물이다. 40대 이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는 '몰빵'으로 손실을 입을 경우 만회할 시간이 없다.

은퇴 초기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자금이 조기에 소진되는 것과 질병 등으로 의료비 지출이 커지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찍부터 검소한 소비습관을 들이고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지금까지 얘기한 위험 요인을 피하기 위해서는 은퇴 계획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 은퇴 후 소득과 지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충분한 돈을 모으고 있는지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자동차와 가구 등 내구재는 가급적 오래 사용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투자금액을 계획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규모를 줄여야 하고,은퇴 후 제2의 직업을 갖기 위해 뭔가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자산 배분은 20~30대는 수익성,40대 이후는 안정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슨 계획이든 머릿속에 있는 것을 지금 당장 실행하라는 것이다.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투자의 과실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