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신도시.청라지구 외자유치 '난기류'
일부 건설업체 사업포기.부지 매각 잇따라

"송도지구(송도국제도시)에선 중견 건설업체가 호텔사업권을 통째로 넘기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청라지구에선 내년 3월 분양을 준비 중인 주택업체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부지 매각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

그동안 잘 나가던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경기 한파에 휘청거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대규모 개발사업을 선도해 왔던 이곳마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특히 청약 열풍과 잇단 개발 호재로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던 송도지구(53.4㎢)와 청라지구(17.8㎢)의 경우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을 미루고 거의 확정적이던 외국인 투자도 이탈할 조짐을 보여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3일 오후 지반다지기 공사가 한창인 청라지구 초입 경서동.내년 초 분양 예정인 13만㎡ 아파트 사업 부지가 분양 한파로 착공 준비도 못한 채 나대지로 남아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건설현장의 한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이달 중 아파트 69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분양이 힘들자 아예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등 대부분의 개발사업이 연기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직원은 "청라지구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티타워와 국제업무타운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투자 유치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지구,청라지구,영종지구)의 다른 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빨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모델 케이스'로 꼽히는 송도지구의 정보통신 및 바이오복합단지(IT&BT)에선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인 5개 외국기업들이 최종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민희경 인천경제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최근 미국과 영국의 바이오 기업들과 투자 유치를 협의 중이지만 이 회사들의 주식이 크게 떨어져 송도 투자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송도지구의 대규모 개발사업도 일정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다. 올해만도 사업비 3조원 규모의 인천타워(151층) 등 3개 대형 프로젝트가 기공식을 가졌지만 업계에서는 소요자금을 제때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영종지구(138.3㎢)도 오랜 숙원사업인 대규모 관광단지 사업이 최근 무산됐다. 영종도 북단의 용유.무의관광단지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캠핀스키가 투자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투자 협약이 해지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관련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건설과 다국적 부동산 개발회사 게일의 합작사인 NSIC(송도국제도시유한회사)는 이달부터 긴급 자금 마련에 나섰다. 이 회사의 노형기 그룹장은 "유동성을 높이고 필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정을 크게 앞당겨 오는 17일부터 외국인특별공급 아파트 미달분(74가구) 분양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한 고위 간부는 "이곳은 분양사업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의 사업이 많아 유동성이 막히면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면서 "자금경색이 심화되기 전에 사업자들이 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허가 등을 신속히 처리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시적인 조치론 역부족이어서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업체들의 손실폭이 커지기 때문에 경기 호전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