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한국의 예수교회에는 예수님이 안 계십니다. 교세의 양적 팽창과 대외적 선교열을 그토록 자랑하는 한국 교회와 교인의 삶 속에서 나사렛 예수,갈릴리 예수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것이 바로 위기라 하겠습니다. "

개신교 장로인 한완상 전 부총리(72)가 한국 개신교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 '예수 없는 예수교회'(김영사)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교인들이 주일마다 교회에서 만난다고 생각하는 예수는 교리와 신조의 예수,즉 그리스도일 뿐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예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망라하는 보편적 신앙고백인 사도신경에 예수가 동정녀의 몸에서 탄생했다는 것과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당했다는 사실 외에는 역사적 존재로서의 예수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나사렛과 갈릴리 등지에서 병든 이,가난한 이,억압 받는 이,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 해결을 강조했던 예수의 삶이 증발돼버린 신조와 신앙고백만으로는 예수의 삶을 따르고 실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갈릴리 예수'가 없기에 두드러진 행태 중의 하나로 한국 교회와 교인들의 승리주의 가치관을 지적했다. 힘으로,물량으로 세속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교세를 확장하는 행태,자기들의 교리나 교조와 다른 것을 이단 또는 악으로 정죄하는 것,마땅히 이웃 종교로서 존중해야 할 타 종교들에 대한 경멸과 증오 등이 여기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수가 주기도문에서 일러준 것처럼 가난한 이의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고 죄 지은 자를 용서해주고 악에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 준 그의 삶을 따라야 한다"며 "몸으로 교회에 다니느냐 여부보다는 예수를 가슴으로 모시고 삶의 중심으로 삼는 생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0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