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통신사 BCEㆍ濠 철광업체 BHP 등 빅딜 무산
금융위기 후폭풍…4분기 파기된 계약만 3220억弗

글로벌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메가 딜(Mega dealㆍ초대형 거래)'이 국제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아 잇따라 좌초하고 있다. 2006년과 2007년 바이아웃(LBOㆍ피인수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그 회사를 인수하는 금융기법) 붐 당시 대형 매물을 사모았던 사모펀드들도 주가 하락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무리한 M&A가 오히려 경영 위기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M&A 시장을 짓누르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톰슨로이터 자료를 인용해 올 4분기 파기된 M&A 계약 규모는 3220억달러(472조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맥주회사인 인베브의 미국 안호이저-부시 인수 등 같은 기간 성사된 M&A 규모 3620억달러(530조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세계 최대 철광석업체인 호주 BHP빌리턴이 최근 1년여를 끌어오던 660억달러 규모의 리오틴토 인수 계획을 전격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BHP의 돈 아거스 회장은 성명에서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리오틴토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의 차입인수(LBO)로 주목받은 캐나다 최대 통신업체 벨캐나다(BCE) 매각도 M&A의 마지막 관문인 '건전성 심사'에 막혔다. 건전성 심사를 담당한 국제 회계전문회사 KPMG가 차입인수로 BCE가 300억달러의 부채를 짊어진 채 민간 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할 경우 생존 전망이 밝지 않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온타리오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BCE를 350억달러에 인수해 민영화하려던 시도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캐나다 언론들이 전했다.

이 밖에 사모펀드인 JC플라워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등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미국 최대 학자금 대출업체 샐리메이에 대한 255억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도 올초 무산됐다. 한국에서도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5개월 만에 인수를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 '빅딜'을 앞두고 M&A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1일까지 글로벌 M&A 거래 규모는 2조5000억달러로,지난해 같은 기간(3조4600억달러)보다 27% 감소했다. 4분기 글로벌 M&A 시장은 더욱 냉각되는 분위기다.

최근 수년간 번성한 바이아웃 붐을 타고 은행 대출을 자금줄로 삼아 대형 매물을 인수한 사모펀드들은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바이아웃 사상 최대 빅딜 10개 중 무려 9개가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년 새 이뤄졌다. 당시 미 최대 라디오 방송사인 클리어채널을 180억달러에 인수키로 하고 올봄 최종 계약을 마무리한 베인캐피털은 클리어채널 주가가 최근 70% 이상 하락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올 들어 사모펀드들의 M&A 규모는 지난해보다 무려 78%나 급감해 전 세계 M&A 시장에서 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