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취업대란 …고용 빙하기 온다

공무원 채용 7000여명 감소 … 기업ㆍ금융社도 구조조정에 직면

내년에는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가 겹치는 데다 공공부문 채용 감축 및 산업계 구조조정의 확산 등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위축으로 가계 소득이 줄면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또 다시 고용이 악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 한국 경제가 2~3년간 침체 국면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L자형' 장기 불황을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고용 현장에서 공공ㆍ민간 부문 할 것 없이 감원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하강으로 인한 충격이 고용 시장에서는 더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내년 공무원 채용 인원은 올해보다 7000명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기업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채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감산에 들어가는 등 민간기업들도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기관들은 이미 신입사원 선발 규모를 가능하면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취업ㆍ인사 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했지만 답변을 미루는 곳이 많아 통계조차 낼 수 없었다"며 "대부분 기업이 내년 채용 인원을 올해보다 줄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내년 취업자 수는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3.1%였던 2003년 취업자수는 연간 3만명이 감소했다. 그 전에는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취업자가 127만6000명 줄었던 적이 있다.

고용 악화의 충격은 결국 내수 전반의 경기 회복을 점점 더 힘들게 만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장기 침체를 막으려면 고용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 공조를 통한 경기 부양이 그나마 고용 감소를 막아 줄 열쇠가 될 텐데 그마저 내년 하반기쯤 효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